안녕하세요!
EXHIBITION
하승현 개인전 <The Pale Red Dot>
기간| 2020.08.07 - 2020.09.06
시간| 월요일-일요일 11:00-19:00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세마창고)/서울
주소| 서울 은평구 녹번동 7/5동
휴관| 월요일, 1월 1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2124-886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하승현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얼룩진 소금밭을 또 다시 직면할 이유 



몇 년 전 신안의 염전에서 임금 체불, 폭행, 비인간적 노동 환경에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가 미디어의 수면 위로 올랐던 적이 있다. 각종 시사 프로그램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또 피해자는 얼마나 처절한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앞 다투어 보도했다. 그리고 2020년 5월,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을 보며 국민들은 또 한 번 분개한다. 그때와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하승현은 사회적으로 쉽게 잊히는 현실들을 좇으며, 흐릿해진 근 과거를 재소환하고 문제시한다. 모두가 신안에서 일어난 비극을 잊어갈 때 즈음 그는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짚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그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허무맹랑한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카메라는 결국 타자로서 작가가 가졌던 응시를 반영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피사체는 필연적인 대상화의 과정을 거친다. 적어도 그는 거기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확인한 것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담보하는 기록성이 보여주는 구멍들이며 끝없이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불완전한 시선의 그림자였다.



사진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프레임 안에 현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를 수용한 이후, 하승현은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화면에는 얼룩진 표면의 염전 바닥과 불규칙한 격자무늬가 드러난다. 현장의 참혹함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고요하고 적막한 이미지는 언뜻 피해자들의 고통을 탈각시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그의 카메라는 보고자 하는 대상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그것으로부터 무심하게 멀어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결코 무엇도 숨기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그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The Pale Red Dot>(2018-2020)과 <Salt Pond>(2018-2020) 연작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억압받은 개인의 존재를 또렷하게 직시한다. 노동자들이 염전에서 도망가더라도 쉽게 눈에 띄도록 고용주들이 강제로 입혔던 붉은색 작업복은 희미한 작은 점(pale red dot)이 되어 화면의 이곳저곳에 먼지처럼 떠다닌다. 또한 사진의 각기 다른 색감과 질감들은 사회적 논란 이후 상승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이 중단되거나, 국가 주도의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의 전환을 이유로 방치된 염전 작업장의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기이한 장면들의 기록이다. 즉 일련의 풍경은 다루고자 하는 현실의 물리적 상황과 사진의 형식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진술하고 있다. 단지 이 모든 사실은 수용자의 읽기의 습관에서 쉽게 간과될 뿐이다.



카메라가 타자를 너무 가까이서 혹은 극적인 스펙터클로서 다룰 때, 보는 이는 쉬이 그것에 반감을 느끼거나 비난한다. 하지만 역으로 사진이 리얼리티를 눈의 영역 밖으로 밀어낼 때, 우리는 이미지에 포획된 것 너머의 의미를 쉽게 놓치거나 용인한다. 하승현의 렌즈는 그것이 담고자 하는 진실의 어두운 단면보다 그 장소가 가감 없이 보여주는 외적 조형성을 무던히 응시하는 것으로써, 타인의 고통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형적 스펙터클이 되는 오류를 피해 가고자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읽는 행위를 통해 사진에 얽힌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생경한 풍경이 되어 관객에게 성큼 다가선다. 요컨대 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되 최소한의 시각적 단서들을 화면에 남기는 전략은 작가가 다루고자 했던 문제의 본질로 보는 이를 극적으로 소급시킨다. 관객은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와 구체적인 사건 사이의 공백에 서있게 되며, 비로소 그가 제시하는 물음표와 마주한다. 전시 《The Pale Red Dot》은 단일한 사건을 조명하고 있음에도 오늘날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노동을 둘러싼 일상적 폭력과 비극, 그리고 대중의 망각에 관한 문제들과 공명한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으며 그들은 또 어떻게 잊혀 가는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이미지들이 쏟아지는 매일 속에서 사진을 쉽게 소비하는 것처럼, 당장 눈앞에서 비켜서있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라 그들을 향한 시선의 지속이 아닌가? 그리고 사진은 그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전시장에서 돌아 나설 때 안고 가야 할 것은 하나의 답이기보다는 더 많은 질문들에 가깝다.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팸플릿 신청
*신청 내역은 마이페이지 - 팸플릿 신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부 이상 신청시 상단의 고객센터로 문의 바랍니다.
확인
공유하기
Naver Facebook Kakao story URL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