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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영화, 애니메이션, 과학기사등을 보면서 기억의 프로세스는 디지털과 다르지 않고, 세상의 구성방식조차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최근의 IT소식들은 우리가 현실과 비트화 사이의 전환되는 시작점, 어딘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디지털(가상)과 물질과의 관계는 무엇이고, 앞으로의 물질세계계 점차 디지털화 되어가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실 이전까지 내 경험에 의한 기억의 정보들을 이미지화 해 왔지만, 그것들도 디지털의 정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다만, 현재의 상황과 많은 정보들에 왜곡되기도 하고, 외부와 반응해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생각된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초기에 생각했던 비트맵의 형식처럼 네모칸(점)들로 이뤄졌던 이미지들과 함께, 벡터 이미지에서 흔히 보이는 라인과 면 중심의 이미지, 그리고 스케치 단계에서의 드로잉을 모델로 그려진 이미지등으로 확장 되었다. 일부 테스트 삼아 해본 초반의 작업들은 가상의 식물이 아닌, 기존의 기억의 스토리를 따르고 있다. 

소재는 디지털 공간 안에 가상의 이미지에서 가져왔다. 여기서 표현되는 자연물들은 wow (world of warcraft) 게임 속 가상의 식물들이다. 이전까지의 작업들이 ‘기억’ 의 테마 안에서 나눠져 있었고, 이번 작업들은 가상의 공간 속에서 경험한 식물에 대한 기억 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VR세계 보다 허술 하지만, 좋아하던 게임의 공간들이 있었고, 그곳 안에서의 추억들도 존재한다. 기억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가상공간의 기억이나 그 대상들도 표현해 보고 싶어졌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으로 정한 이유는, 내가 즐겨 했고 좋아했던 게임이기도 하고, 오픈 당시 RPG 게임으로는 거대한 세계관과 공간 안에서 지역을 탐험하는 가상세계 체험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공간 안에서 낚시와 채집, 새로운 도시로 이동하고, 상거래로 경매하고, 남는 시간에 그 안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했던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오래된 이 게임이 다시 오픈 하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며 재접속했던 이유는 아마도 나와 같은 그 시기의 경험과 향수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