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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 최진욱 : 석양의 헌법재판소 》
기간| 2020.09.04 - 2020.09.29
시간| 11:30 ~ 18:30
장소| 인디프레스갤러리/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통의동 7-25
휴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70-7686-1125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최진욱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출처] 인디프레스 홈페이지


  • [출처] 인디프레스 홈페이지


  • [출처] 인디프레스 홈페이지
  • 			그림의 배반
    
     그림이 나를 배반한다? 오늘 서문을 써줄 심광현과 함께 인디프레스에 보관중인 2018년 작 <우정-삼부작>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매가리가 없을 수가!’ 작품은 마치 내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 노인네나 중병에 걸린 환자가 되어 그린 듯했다. 2018년 전시 후, 한 달 이상 뜸을 들이다가, 무려 석 달 이상 고심해가며 그린 그림인데, 그 모양이었다. 내가 하도 실망을 하니까 심광현은 힘 있는 그림만 전시되는 것보다 섞이는 편이 낫다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만족했고,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생각했던 그림이 이 지경이라는 실망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감각이 나를 배반한 것이라고밖에는. <우정-삼부작>은 6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나의 친구 사귐을 마치 우주 밖에서 보듯 그린 그림인데, 가운데 분홍 플라스틱 바가지는 우정을 상징한다기보다 인생 전반을 마치 화성의 표면처럼 훑어보기 위한, 영화로 치자면 ‘맥거핀’ 같은 것이다. 그곳에 부는 모래 폭풍이 우정이다.
    
     <창조>는 2017년 작 <아파트 뒤편>을 그리던 방식으로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고)대상을 보지 않고 그렸는데, 손주와 우리 강아지를 두개의10호 캔버스에 그려서 120호 양옆에 귀처럼 붙였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린 <거짓말 1>은 중앙에 ‘아파트 뒤편’을 그리고, 양옆에 소가 공을 차는 모습을 그렸다. 육식문화의 위선과 환경 파괴를 고발하려는 작품인데, 정작 작가인 내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니, 절실한 동기라기보다는 우연히 TV에서 본, 새끼 돼지 도살 장면에 충격을 받아서 그린 작품이다. 2019년에 그린 <거짓말 2>는 예전에 찍어 두었던 계곡의 사진 두 장을 이어서 붙이고, 어두운 그늘 속에 새끼 돼지 도살 장면을 넣어 꽤나 기대하면서 시작한 그림인데,(120호 두 장을 이어 붙여 크기도 큰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보니 밍밍한 느낌이었다. 작업실에서 그렸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말하자면 이 작품도 <우정-삼부작>과 마찬가지로 나를 배반한 셈인데, 내 감각을 탓할 수밖에 없겠다. 작업실에서 다르고, 전시장에서 다르고. 게다가 <우정-삼부작>의 경우는 지난번 전시장에서도 괜찮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영 아니었다.
    
     <꿈, 분노, 현실-삼부작>은 60호 세 점으로 그렸는데, 왼쪽에 꿈같은 계곡에서 저 멀리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 중앙은 같은 계곡의 절벽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분노하는 표정의 학생, 오른쪽은 2008년 ‘88만원 세대’ 주제로 개인전을 했을 때 그렸던 호텔 수영장에서 알바하는 젊은이의 현실적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도 꽤나 만족하고 있었던 그림인데, 오늘 꺼내 보니 그냥 그랬다. ‘꿈’은 아래위를 모를 정도였고, ‘분노’도 딱히 힘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현실’의 앞부분은 그리다 만 것 같았다. 물론 예전 같으면 다시 손을 댔겠지만, 시간 속의 진실로 남겨두려고 한다.(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괴물_언어_‘재난 공동체’의 기호들-삼부작>은 ‘북아현동의 기호들’ 전시에 얼마 전에 출품해서 전시를 안 할 예정이지만, 전시장에 가져가서 어울리면 다른 그림 대신 걸게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괴물같은 언어의 회화, 왼쪽과, 중앙의 구강청정제 그림자(‘괴물_언어’), 뻔한 실패를 예상하고 그리기 시작한 ‘무의식’으로부터 ‘강남좌파’를 거쳐 ‘재난 공동체의 기호들’이 된 오른쪽 그림, 삼부작이다. 이 그림이야말로 ‘아무거나 그리기’ 신공이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라 할만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지기 전에 그린 작품의 제목을 재난과 관련지어 바꿀 수밖에 없었던 점이 특이한 점이라 하겠는데, 재난 상황에서 누구나 기꺼이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신문 기사의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2019년에 <괴물_언어_‘재난 공동체’의 기호들-삼부작>을 너무 오래 그렸기 때문에 해가 가기 전에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기 위해 150호 두 장을 연결해서 <석양의 헌법재판소>를 그렸다. 예전(1993년)에도 우연히 ‘조선총독부’ 건물 앞을 지나가다가 그리게 된 그림이 나한테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는데, 헌법재판소도 남쪽 측면의 해질녘 모습을 어느 전시 오프닝에 갔다가 보게 된 것이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그 말을 기억하는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그 역사적 장소와 석양-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오르듯 건물의 날개 부분을 그렸다-그리고 이 모든 살아가는 것들. 나는 별로 그린 것도 없는데 이 그림은 오늘도 마음에 들었고, 심광현도 흡족해 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석양의 헌법재판소’이다.
    그림(미술)은 결국 ‘너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너의 세계는 다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흔들리면 안 된다. 오염되면 안 된다. 이것은 나의 현실주의(?) 노선과도 사뭇 배치되는 것인데, 아무튼 그것에 꽂혔다. 나는 어차피 자화상을 그리게 되었다. 내 속에 침잠하여 자화상을 그리다가, 작업실을 그리다가, 발을 그리다가 하였는데, 20-30호의 작은 그림 다섯 장을 그렸다. <너의 세계 1~5>. 그러는 동안에도 팬데믹이 일상의 삶을 조여와서 그 발들과 예전에 그리던 인물들을 연결해서 <‘재난 공동체’의 기호들> 1,2를 30호로 그렸다.
    
     <‘재난 공동체’의 기호들-삼부작 1>은 앞서 그린 2장의 그림과 같은 제목, 같은 주제로 60호 3개에 펼쳐 그린 삼부작이다. 왼쪽은 호텔 수영장에서 알바하는 젊은 여성, 가운데는 간호장교 임관과 동시에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위기의 도시였던 대구로 파견되는 장면, 오른쪽은 학교 옥상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높이뛰기 하는 장면, 그리고 각 그림의 아래에는 긴급상황에 대처하려는 발의 움직임을 그렸는데, 사실적으로 그리다가 배경의 색상을 평면적으로 단순화시켰다. 과연 재현성보다는 이런 단순한 색면이 좋고, 그림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지게 한다. 재현성에서 바로 형상성으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추상성을 도입하게된 단순한 사례일 것이다. 다만 이 평면적인 색면에는 숨통이 필요하다고 나중에 느끼게 되었다.
    
     원래 6월 초에 개인전을 할 생각이었으므로 그림을 여기서 잠시 멈췄는데, 마지막으로 120호 캔버스 3개를 다급하게 주문해서 신들린 듯 <‘재난 공동체’의 기호들-삼부작 2>를 그리게 되었다. ‘재난 공동체의 기호’로 처음에는 신문 1면에 나온 돌고래 타기 상술을 고발하는 장면을 크게 그려볼까 하다가, 2017년 작 <아파트 뒤편>을 한 번 더 그리기로 하였다.(마침 새로 찍어둔 사진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림을 그릴 때 항상 뭔가 신나게 그릴만 한 소재를 채택해 왔기 때문에.(그래서 광현이는 변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과연 보라색으로 아파트 뒤편의 시멘트 축대를 그리는 일은 신났는데, 나는 이 그림을 그리기 얼마 전, 그림은 ‘도약’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었다. 도약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그림이 된다. 리얼리티는 방금 전까지 평범했던 삶의 풍경을 이륙하는 비행기 창밖으로 볼 때의 놀라움과도 같은 것이다. 한 2주 정도 지나자 ‘도약’의 효력은 서서히 소멸되고, 그림은 역시 ‘언어’가 되어야만 했다. 대상의 리얼리티는 ‘지각’을 통해 그림이 되는데, 그 과정은 한마디로 언어화의 과정이다. 언어는 면과 터치로 분절되고, 은유화를 통해 형상을 얻는다. 그러나 거기까지도 군데군데 흰 여백을 메울 수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그림은 내 안에 있다’는 생각. 머릿속에 끝내 떠오르는 그림으로 견고하게 빈 곳을 채워나갔고, 아무 의심이 없었다.
    
    2020. 8. 최진욱
    [출처] 인디프레스 갤러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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