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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성수 옻칠회화전-한국현대옻칠회화 선구자
기간| 2020.09.09 - 2020.09.15
시간| 10:30~18:30
장소| 인사아트프라자/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관훈동 21 인사아트프라자
휴관| 연중무휴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6-634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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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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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수의 현대옻칠회화
    
    창작활동과 이론을 겸비한 현대옻칠회화의 선구자
    
    신항섭(미술평론가)
    
      전통공예인 나전칠기가 <옻칠회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나들이에 나선지도 20여년이 됐다. 20여년을 넘겼지만 그만한 시간을 거치고서야 이제 조금씩 그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다. 옻칠 그림에 필요한 나무판을 만들어 옻칠을 칠하고, 그 위에 삼베를 입히고 나서 다시 옻칠로 견고하게 바탕을 만들고 시문을 한 뒤 채색을 덧입히는, 조형작업 과정 뒤에도 10여 차례 옻칠을 입히면서 광택을 내는 일련의 작업과정은 지난하다. 공력은 물론이려니와 수개월을 필요로 하는 작업시간을 요하는데다 재료가 비싸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일단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보석과 같은 아름다운 색태 및 광채는 세상의 그 어떤 그림도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조형미에 이른다. 여기에다 깊고 그윽한 옻칠 특유의 심도와 공간감 그리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시각적인 이미지는 기존의 회화장르에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심미세계이다.
      공예를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탈바꿈시킨 옻칠나전 공예의 대가인 통영옻칠미술관 김성수관장은 현대옻칠회화의 선구자이다. 숙명여대에서 정년퇴직까지 오로지 전통 옻칠나전기법을 전수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적지 않은 후학을 양성했고,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보다 자유로운 표현의 길을 모색하다가 옻칠회화를 창안하였다. 옻칠회화는 전통적인 옻칠기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가운데 독립적인 평면공간에 회화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조형기법이다. 재료 및 표현기법이 다르니 그 결과물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새롭고 독립적인 회화장르로서의 특색을 잘 갖추고 있다. 
      그의 옻칠회화는 현대적이지만 모더니즘과는 다른 컨템포러리, 즉 동시대의 미적 감각을 살린 조형개념을 따른다. 그러기에 그의 작업은 ‘옻칠회화’라는 범용적인 용어보다 폭을 좁힌 ‘현대옻칠회화’라는 용어에 합당하다. ‘현대’라는 명칭을 첨부하는 것은 작업 자체가 모더니즘 미학과 다른 현대미학, 즉 컨템포러리에 합당한 까닭이다. 한마디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구해온 현대회화의 속성을 그대로 따른다. 작품에 따라서는 구상적이거나 비구상적인 이미지가 없지 않으나 작품의 주류는 순수추상이고, 시각을 좁히면 기하학적인 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추상이면서도 나전이라는 일종의 오브제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현대적인 추상회화의 속성과도 다른 면이 적지 않다.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치밀하게 전개되는 나전의 배치 및 배열은 기존의 추상회화와는 확연히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를 드러낸다. 스스로 광채를 발하는 나전의 특성이 그대로 부각되면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짐짓 화려하고 고급한 분위기로 이끈다. 이는 유화물감이나 여타 재료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오로지 옻칠나전의 물성이 만들어낸 조형적인 특징인 것이다.
      나전은 전복껍질이나 조개껍질에서 채취되는데 영롱한 무지개 빛깔과 은색 광택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전칠기가 만들어졌으나, 한국산 나전의 색깔이 명료할뿐더러 발색이 가장 아름답다. 따라서 그는 칠기에 쓰이는 재료 가운데 나전이야말로 한국의 미를 구현하는데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자긍심은 나전을 기반으로 하는 옻칠회화의 탄생을 이끌었고 그에 따른 새로운 조형언어 및 어법을 강구하게 되었으며, 그 선각자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의 작업이 평판에 나전을 앉히고 채색을 얹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어떻게 하면 나전의 아름다움을 보다 더 심미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를 강구하다가 추상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구체적인 형상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다수는 순수추상이고 기하학적인 구성 및 이미지 중심이다. 그러기에 시각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조형적인 요소는 적은 반면 나전 자체의 아름다움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추상작업에서 나전은 전체적인 이미지의 한 구성요소로서 작용하는 가운데, 그 배치 및 배열의 연속성 및 반복성이 지어내는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은 새로운 조형미로 평가된다. 나전이라는 물질로서의 속성을 살리면서 그로부터 질서의 미를 찾아낸 것이다. 
      조그만 크기로 끊어낸 나전을 하나씩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하는, 그 집합의 이미지에서는 정련된 미의식이 감지된다. 마치 수은을 문, 금을 고온의 불에 구웠을 때 샛노란 순금만이 남듯이, 순수하고 차가우며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화면을 채우게 된다. 나전이라는 재료 이전에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 나열이 지어내는 시각적인 특징은 미의식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는 가운데 일정한 방향으로 줄지어 가듯이 만들어놓는 나전의 배열은 정신의 집중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70여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연마해온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 단순히 완성도 높은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기능이 무르익음으로써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손이 저절로 반응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는 원숙미 또는 세련미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이로부터 예술적인 가치가 생성하는 것이다.
      미의식이 주도하는 가운데 감정의 흐름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나전을 배열하고 채색을 덧입히며 광택으로 마치는 일련의 작업과정은 구도자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반면에 나전의 발색을 부추기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입히는 채색과정에서는 의식의 흐름과 감정은 비교적 자유롭다. 채색과정은 그대로 감정의 이입을 허용하는 조형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적절한 감정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의식의 통제는 느슨해진다. 다시 말해 채색작업은 미적 감정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즉, 형식을 갖추기 위한 조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조형작업은 오랜 세월 몸에 익은, 즉 신체적인 기능 및 기술에 의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림의 내용은 감정이나 기술의 영역 밖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작가적인 의식 활동을 통해 그림에 어떤 내용, 즉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정신적인 영역이다.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사상과 철학에 관한 문제를 담는 일이기에 그렇다. 
      그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동양사상의 근본인 음양오행에 근거한다. 세상 만물은 이理와 기氣, 음과 양, 즉 해와 달, 밤과 낮, 생과 사, 남과 북, 남자와 여자 등 서로 대립되는 존재들의 합일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공간은 물론 자연과 자연현상 등 모두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의 작업도 기본적인 원리는 음양의 조합과 조화를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모아진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적색과 청색, 직선과 원 등을 적절히 대비시키면서 통합된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이는 모두 조화의 아름다움을 전제로 하면서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생멸에 관한 순환현상을 회화적인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해와 달 그리고 별과 같은 우주의 행성이나 항성의 이미지를 작업에 도입하는 것은 시야를 거시적인 세계로 확장함으로써 세상만물의 존재성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려는데 있다. 시야를 우주와 자연현상으로 넓히게 되면 자연이라는 현상계의 물상에서 비롯되는 사색과는 다른 더 큰 사유의 공간이 열리게 된다. 구태여 우주가 아니더라고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만 시선을 돌려도 이제껏 알지 못했던 음양이 교차하고 조화를 이루는 신비롭고 심오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한마디로 그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인 이해를 전제로 하는 작업이 아닐 수도 있다. 음양사상과 그 자신의 삶의 연륜에서 비롯되는 생철학이 견고하게 시각적인 이미지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자연현상에 특별히 관심을 보내는 것은 관념적인 세계보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자연의 오묘함, 즉 현상계의 신비를 시각화함으로써 작품에 담긴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상적인 이미지일 따름이지만 하늘에서 본 지구와 그 자연 또는 아침저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또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별들이 반짝이는 우주공간 그 무한의 심연을 응시할 때의 형언키 어려운 감동을 시각화한다. 그의 작품은 모두 이처럼 우주의 기운과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자연, 그리고 그 자연에 생기를 불어넣는 자연현상에 대한 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에서 태어나 칠기공예, 그 중에서도 나전칠기를 배워 대한민국 국전공예부 제12,13,14,15 연 4회에서 특선, 제12회 공예부 대상을 차지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에서도 공예를 전공, 졸업과 함께 홍익대에서 강의를 맡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이래 숙명여대에서 정년을 마칠 때까지 옻칠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장인이자 교수로서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그의 옻칠나전 작품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었다는 사실은 작가적인 성가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고 실기에만 치중해서는 창의적인 옻칠의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지론을 내세우면서 전통의 전승에 얽매이지 않는, 실생활에 밀착된 창의적인 작품을 통해서만 그 생명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어쩌면 옻칠회화라는 새로운 회화장르를 주창하고 개척하게 된 것도 학문적인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싶다. 또한 여기에는 사재로 세운 통영옻칠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옻칠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옻칠기법을 익힐 수 있는 아카데미식 교육의 장이 필요했고, 이 부분을 옻칠미술관이 맡게 된 셈이다. 실제로 통영에 거주하는 화가들 10여명에게 지난 10여년 동안 이론과 실기를 가르쳐, 저마다 독립함으로써 또 다른 후학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료나 기술적으로 4백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옻칠나전의 본고장으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굳히기 위해서는 전래의 기법을 이어나감과 함께 이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따라서 통영옻칠미술관 내에 별도의 공방을 마련하여 국내 화가는 물론이요 외국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 일정기간 연수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지도함으로써 이미 수년에 걸쳐 수십 명이 거쳐 갔다. 이렇듯이 일련의 옻칠나전 공방운영은 옻칠회화가 명실공히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는 옻칠나전의 뛰어난 예술적인 가치에 매료되어 전 생애를 바쳤다. 또한 이를 널리 보급하여 실생활에서 애용하기를 바라면서, 옻칠나전 기법을 후학에게 전수하는 교육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했다. 단순히 그 자신의 개인사적인 창작행위의 결실에 그치지 않는, 범용성을 부여하는데 있다는 신념으로 제자를 양성하고, 국내외 화가들에게 전통적인 기술을 전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어쩌면 이 교육적인 문제야말로 옻칠나전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 생활화하는 그 첫걸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지 싶다. 
      개인적인 창작활동에서도 성공적인 길을 다져왔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만년을 의미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장식하는 옻칠회화의 선구자로서의 업적은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에 대한 스스로에의 보상으로 충분하다. 그가 창안한 옻칠회화는 옻칠과 나전이 가지고 있는 그 매력을 순수한 예술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가 이룩해낸 현대옻칠회화의 참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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