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installation views - 박보정

installation views - 김도경

			스마트폰의 발명 이후 사람들은 손쉽게 전 세계의 이슈를 접하며, 동시에 그들이 몰랐던 혹은 피할 수 없는 여러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들 중에서도 정작 불행한 이야기에는 ‘나’의 세상(世上)과 관련 없는 타자의 세상이라 여기며 거리를 둔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두 세상이 무의식적으로 구분되지만 하나임을 자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외면으로부터 구분되는 현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탐구한 박보정, 김도경 작가의 멀지 않지만 가닿을 수 없는 세계(世界)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작가의 기존 작업이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만든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면, 콜라보 프로젝트 작업은 ‘상상 속 섬’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의 체험을 시각화시켰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경험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던가. 두 작가가 상상한 섬은 어디선가 봤던 장면의 조합이자 ‘현실’의 일부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구축한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것을 넘어, 두 작가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재현의 조각이 암시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보정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놀라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국경을 넘어선 모두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러한 마음과 달리 작품과 처음 대면했을 때는 그로테스크함이 존재한다. 온전한 이미지에서 떨어져나온 조각들은 천 위에서 볼펜으로 재조립된다. 이 조립된 이미지는 다시 잘리고 또 다른 천 위로 올라가 텅 비어있는 세계 위에 안착한다. 우리의 머리를 보호하는 ‘모자’나, 단합과 희망의 상징이 된 ‘초’, 그리고 온전한 자신만의 모습으로 작가가 만든 세계에 존재하는 ‘동물’, 이 모두가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모두가 ‘모자’를 통해 보호받고 우리의 ‘눈’과 ‘코’가 자유로우며 어떤 생명체도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지지 않는 곳, 동시에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놀랍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이곳이 박보정 작가의 이상 세계다.

   김도경 작가는 스스로 ‘취향의 세계를 만든다.’고 말한다. 주변인들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으로 그들이 생전에 사랑했던 것들을 담아 사후 세계를 꾸려주는 것이 현 작업의 시초였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작품은 이미지를 디지털화하여 다시 회화로 옮기는 등 작가에 의한 재가공이 끊임없이 이어진 결과물이다. 디지털 작업은 자연스럽게 텍스트를 끌고 왔고, ‘읽히는’ 텍스트와 ‘읽히지 않는’ 추상적 평면이 한 화면에 레이어링 된다. 겹겹이 올라가는 화면은 작가의 삶과 닮아있다. 그가 마주했던 모든 풍경과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한 사람들 존재하게 하듯이, 그 존재는 다시 자신이 가진 취향을 쌓아 어찌 보면 자신만이 이룩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현실로 구성되었으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계, 바로 작가의 이상 세계다.

   이렇게 두 이상 세계를 마주할 수 있으니 멀지 않은 세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멀지 않은 세계’는 어디에 있는가. 작가들이 만든 가시적인 세계, 즉 작품을 전시장 내에서 관람할 수 있다면 그 세계가 이미 현실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렇듯 관람객들은 현실과 이상 세계에 대한 여러 의문을 갖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희망하는 이상 세계와의 거리를 가늠하며 관람객 각자의 답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