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거꾸로 흐르는 세계
기간| 2020.10.30 - 2020.11.15
시간| 11:00~19:00
주소|
휴관|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남민오
심은지,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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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사랑의 과정은 운명이나 필연과 같은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운명에게 흐르는 방향이 있다면 사랑은 그 정반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사랑의 약속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조건 위에서 세워진다. 이전 시대의 사랑이 더욱 숭고한 것이었던 데에 비해 지금 우리의 관계가 더 계산적이거나,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기 때문은 아니다. 사랑은 처음부터 추상적인 형태로든,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형태로든, 견고하고 불변하는 것이었던 적이 없으며, 조건 없이 존재했던 적조차 없다. 자유로운 주체들의 친밀함과 사랑의 표현이 가능해지고부터 이는 하나의 약속된 사회적인 행동이 되었다. 사랑의 행위를 대신해 자아가 더 “진실한” 자신을 지탱한다. 경험들을 통하여 사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소통되지 않는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갈수록 점점 더 타자로부터는 불가해한 것이 되어간다. 이 같은 과정은 엔트로피적이다. 즉, 자연 상태의 세계일 때 더 안정적인 상태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때의 더 안정적인 방향이란 규칙으로 만들 수 없는, 더 높은 무질서도를 의미한다.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개개인에게 필연적으로 절망적이다. 사랑은 운명적 합일로 우리를 이끄는 힘이 아니다. 운명과 필연이 이 세상의 작동 방식이라면, 그것은 분명 더 무질서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고, 이는 사랑에 내재하는 질서나 합의와는 상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시는 이처럼 상반되는 듯하고 유약한 조건들 속에서도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랑과 그것이 지니는 가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출렁이는 사랑의 토대는 사건과 시간의 흐름 위에서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비틀댄다. 가장 최선의 상태는 더 이상 파괴가 진행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유예하고, 시간을 동결시키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지금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면, 흩어져만 가는 듯한 세상을 거꾸로 흐르게 하려 하고, 지속될 수 있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향성과 과정을 그려내어 만들어진 하나의 무대가 여기 있다. 이곳에서 우리가 관용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사랑’이 정말 의미하는 바를 다시 떠올려본다.

사랑의 말들이 은연중에 관습이 되고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은 그것이 더이상 이야기 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 마땅한 일들로 여겨질 때 일어난다. ‘자유로운’ 관계는 서로가 행위나 선언 등의 표현을 통해 어떤 합일점을 찾아 끊임없이 친밀함을 교환하는, 말하자면, 거래를 이어나가는, 서로에 의해 강제된 관계이다.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교환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이 고갈되지 않도록 서로를 향한 마음을 공회전시킨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야기, 방향이 없는 듯한 잡담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관계는 지속되기보다는, 유예된다. 김아름 작가는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들 사이에 오고 갔던 과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예된 미래의 누군가가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양가적이고 다중적인 사랑의 모습을 표현한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화면을 그려내는 가상의 그래픽은 느슨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자아내며, 실체가 없음을 드러내는 듯하면서도 빛과 소리의 잔상으로 실체화되고 또 실물이 되고자 한다. ‘영원한 사랑’과 같은 신화나 미신이 깨어진 자리에는 느슨하게 연결된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순환하는 질문들이 남는다.

사랑의 경험은 겉으로는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느려 보일지라도, 아주 천천히 끓어오르는 솥처럼 잠잠하고도 치명적인 변화를 남긴다. 개별 존재들의 위기까지 야기하기도 하는 이토록 파괴적인 정념, 특히 ‘열정’과 같은 개념은 원래는 종교적인 의미로부터 온 것이다. 심은지 작가는 이처럼 강한 정념이 사람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고착되어 미치는 영향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한다. 작가는 자연에서 자라나는 것들의 모양을 닮은 형상들을 손으로 빚어 만든다. 자라나는 것은 번식하고 죽고 다시 자라기를 반복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랑의 관계들은 서로 각각의 방식대로 위태롭고 불연속적이고 혼란스러우며 파괴적이면서도 반복되는 듯이 보인다. 작가가 만든 풍경은 끝없이 자라나는, 죽어가는 과정의 한 순간을 동결시킨 것과 같다. 그 틈에 잠시 숨을 돌리며 반복되는 죽음을 돌아보게 한다. 매번의 죽음을 거쳐 사랑이 도달하려고 하는 곳은 탈세속적인 관계일까? 적어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이 사랑의 잔여물은 손에 만져지는 실재이다.

남민오 작가는 파괴적인 관계 속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나르시시즘에 매몰된 개인들에게서 가능한 사랑을 찾는다. 한 사람이 상대방을 부정하거나 흔들게 될 때, 그것을 운명이나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감수하거나 대처함으로써 관계를 지탱할 수는 없다. 희생은 폭력과 부조리를 반드시 수반한다. 관계를 지탱하는 것은 헌신에 내재하는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방향을 인식하고 관용하는 것이다. 작가는 서로가 서로의 외상을 인정하려 하는 몸짓을 상상한다. 관념적 집, 도피처로부터 바깥 세계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날것의 마음은 빛과 소리, 접촉으로 은유 된다. (이마저도 온전히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상징이 부여되는 과정에서 ‘안’과 ‘밖’, ‘나’와 ‘타인’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호작용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도, 조화를 이루어내려는 과정은 계속해서 개입한다. 이러한 개입은 반사되는 빛, 섞여드는 소리, 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다른 움직임이 되어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아름답게 반짝인다.

《거꾸로 흐르는 세계》는 매 순간 어긋나는 사랑의 유약한 약속,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죽음의 경험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에 의한 풍화를 거슬러 그 시작점에서 다시 ‘사랑’이란 결국 무엇인지 상상하는 각 작가들의 세계가 빛과 소리, 영상과 조각으로 겹쳐졌다. “사랑의 실체”는 점점 이해하고 알아볼 수 없는 방향으로 멀어져, 앞으로도 결코 그 전체의 풍경을 파악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이 우주의 바깥에서 우리 우주의 전체적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관습과 관용慣用의 영역에 사랑을 남겨둘수록 그것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와 무게도 흩어져갈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하는 일은 이처럼 멀어지는 시간과 관계들을 더 유예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숭고하고 견고한 것으로 여겨지던 가치들이 해체된 이후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세 명의 작가들이 공명하고 있는 이 작은 세계 속에서처럼, 끊임없이 유동하는 각자의 위치에서 맺는 관계들의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 김명지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 일정

우주를 건너온 메시지: 타로점 이벤트
진행: 심은지 작가
11월 6일 금요일 상시 진행.
*타로 상담 과정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송출될 수 있습니다.

랜덤 노이즈: 사운드 퍼포먼스
진행: 남민오 작가
10월 31일, 11월 7일, 11월 14일 토요일 상시 진행.
전시 기간 중 실시간 라이브 송출

라이브 링크: 인스타그램에서 추후 공지 https://www.instagram.com/reverse_flow_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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