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EXHIBITION
Monologue
기간| 2020.12.29 - 2021.01.24
시간| 화요일에서 일요일 11:00 ~ 18:00
장소| 이목화랑/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1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514-8888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한지민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2020 [출처] 이목화랑 홈페이지 유화 130x97cm


  • 2020 [출처] 이목화랑 홈페이지 유화 33.4x24.2cm


  • 2020 [출처] 이목화랑 홈페이지 유화 72.7x60.6cm

  • 안경2020.PNG
    2020 [출처] 이목화랑 홈페이지 유화 65.1x50cm
  • 			떠밀리듯 일과를 시작한다. 창밖으로 하늘을 보기보다 스마트폰으로 오늘 날씨를 확인한다.
    뉴스 헤드라인을 훑는 것으로 세상의 아침을 곁에 둔다. 깨어있는 시간, 보고 듣지 않으면 불안하다.
    나를 살피는 일은 뒷전이다. 내가 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 보았던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은 어쩌면 내 선택에 달렸다. 일상이 고요함을 허락해도 내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메리 올리버 Mary Oliver(1935-2019)가 <긴 호흡>에서 말했듯, 자기 안의 다른 자아가 휘파람을 불고,
    문을 쾅쾅 두드리고, 사색의 연못으로 풍덩 뛰어든다. 해야 할 일, 챙겨야 할 관계, 느닷없는 걱정이 내 안의 호수에 파장을 일으킨다.
    
    한지민은 일상의 안정감을 담아내며 마음속 불안을 건드린다. 익숙하거나 낯선 장소에서 스치기 쉬운 행동을 포착한다.
    특별하지 않아서 버려졌던 몸짓이다. 깊이 관찰해야 얻을 수 있는 인물의 작은 떨림이다. 주변을 관조한다. 그 삶에 깊숙이 관여한다.
    물리적인 거리 좁힘이 아니다.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며 창작자의 프레임을 동원한다. 일상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빠르게 캡처한다. 감상자에게도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게 한다. 감상자는 정적인 분위기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인물의 숨소리를 느끼고
    미세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과감하게 잘린 구도는 감상자의 시야를 한정한다. 캔버스 밖을 상상하기보다 화폭 안에 멈춘 작은 동작에
    시선을 둔다. 작가는 관조의 대상을 타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이고 일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린다. 자신에게도 거리를 둔다.
    익숙한 자신에게서 멀어져 낯선 모습을 그린다. 그녀가 자신을 보는 시선에 타인을 대할 때와 다른 특별한 애정이나 연민은 묻어있지 않다.
    주변과 나를 분리하는 눈을 가지지 않았다. 사적인 공간에 매일의 층을 쌓아가는 너와 나의 모습을 관찰할 뿐이다.
    
    한낮의 꿈처럼 몽환적이지만, 현실이다. 일상을 잡은 아웃포커싱이 현재의 불분명한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안정된 것 같지만 안심은
    안 되는 우리 삶의 이야기다. 주조색으로 회색과 분홍색을 선택한다. 에너지가 약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성격의 회색에 달콤함과
    희망의 분홍색을 얹는다. 그 둘의 섞임은 오히려 고유색의 느낌을 명확하게 한다. 분홍색은 현실의 매력을, 회색은 무력함을 담아내며
    팽팽하게 줄다리기한다. 애매한 분위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정확하게 꼬집을 수 없는 일상의 내적 불안을 대변한다.
    
    한지민의 작품 구성은 영화 속 연출기법과 관련지을 수 있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 심도가 낮으면 벽면의 일부분을 비추는 핀조명 역할을 한다.
    특정 부분에 포커싱을 두면 자연스럽게 아웃포커싱이 생긴다. 한 화면에 포커싱과 아웃포커싱이 공존하면 긴장 관계를 조성한다.
    작가의 그림 속 고독감은 이 같은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아웃포커싱을 받는 대상에 집중한다. 선명한 것에 가려져 사멸되는
    작은 풍경에 관심을 둔다. 선택된 대상은 윤곽선을 흐리며 화면 안에 자리 잡는다. 단순한 현실 묘사를 거부하며 정보를 축소한다.
    삶에 깊게 파인 주름을 보여주지 않는다. 감춰진 현실의 이미지가 클로즈업됐지만, 자세히 볼 수 없다. 화면에 구현된 사적인 공간은
    인물의 보호막이 된다. 제한된 정보 제공은 보는 이에게 내적 동요를 느끼게 한다. 뚜렷하지 않은 눈앞의 대상이 내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마치 나를 들킨 것 같다. 잔잔한 삶에 어울리지 않는 응축된 감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림 속 남자는 바닥에 모로 누워 등의 일부분을 화면 앞으로 두었고, 어깨를 기울여 뒤돌아 앉았다. 아무렇게나 벽에 얼굴을 두었고 바닥에 대충 앉았다.
    쓸쓸한 모습에 잠시 눈이 머문다. 그리고 이내 다른 것을 발견한다. 내보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보이지 않을 감정 덩어리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뒷모습인데 놓치고 산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작품 속 인물은 동그랗게 말린 등을 보인다. 책, 흘러내린 머리에 의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캔버스 밖으로 얼굴이
    밀려나기도 한다. 얼굴 없음과 가려진 얼굴은 또 다른 얼굴이다. 과감한 구도에 의해 편집된 얼굴은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거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무심히 잘린 얼굴은 익명성을 의미한다.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정체성과 상반된다. 양가감정을 건드린다.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그런 나를 알아줬으면 한다.
    
    SNS를 통해 나를 포장하고 그 뒤에 본래의 모습을 숨길 수 있다. 본래의 모습? 과연 있기나 할까. 본래의 모습은 역설적이지만 변하기 마련이다.
    고착된 무엇이 아닌 “본래”를 찾기 위한 여정은 어렵다. 하나의 온전한 개체는 모순된다. 여유 있는 웃음을 짓지만, 긴장한 손끝이 다른 신호를 준다.
    한지민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포착하고 전체 중 일부를 그린다. 손끝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개인의 “본래”는 관계 때문에 왜곡되곤 한다.
    작가가 한 화면에 하나의 대상만 허락하는 이유가 아닐까.
    
    주변을 밀어버린 소파가 덩그러니 놓였다. 하모니를 거부하는 것처럼.
    속삭이듯 묻는다.
    “내가 주인공인 거지?”
    목소리가 떨린다.
    관찰의 대상이 된 화면 속의 대상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핑크빛 소파는 사랑스러운 미소만 담아도 충분한데 다른 생각에 잠겼다. 상대를 향해 양팔 벌린 듯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둔다. 이른 아침 자발적인 고독을 자처했지만, 어둑할 무렵 후회가 박힌 얼굴도 보인다.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Xavier de Maistre(1763-1852)는
    <한밤중, 내 방 여행하는 법>에서 “달콤한 고독”에 대해 말한다. 무료의 번민을 견디고 자신과 나누는 대화의 매력에 빠지라고.
    단, 심연으로 빠져들지 말고 고독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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