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국동완은 1월 16일부터 2월 6일까지 피비갤러리에서 팝업 전시 <I promise I stay>를 가진다. 작가는 드로잉, 페인팅, 조각, 영상, 책 작업을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개인과 사회의 접점에 주목해 작업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동완의 드로잉 8점과 그 드로잉을 900배 확대한 아크릴 회화 8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2020년 Covid-19로 인한 펜데믹 이후 각인되는 단어와 문장을 대상으로 세밀한 드로잉을 진행 했고, 이를 확대하는 작업을 병행하며 글자로 만들어진 자신만의 풍경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국동완은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주제들을 드로잉, 회화, 책, 조각 등 확장된 매체 탐구와 함께 다루고 있다. 작가는 꿈과 같은 무의식에 접근하는 과정과 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에서 충동적으로 발생한 감각들을 기록을 통해 붙잡아 마주하고 반복해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이 축적의 형식을 통과 하면서 드러나는 시각적 조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작가가 13년 이상 지속해온 꿈 아카이브 작업은 자신의 꿈을 타자의 꿈으로 만들고, 꿈과 언어의 숙명적 성질인 ‘결정불가능성(Undecidability)’을 갖고 다양한 매체로 표출되어 왔다. ‘회광반조(回光返照) 드로잉’은 꿈을 다루면서 단련된 시선을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사회 현상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글자의 모습으로 남은 무의식의 흔적을 연필로 파고 들어가면서 시작 된 드로잉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먼저 리서치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 다음, 그것을 종이 밑에 놓고 그 아래에서 빛을 쏘아 종이에 이미지가 비치도록 만든 후에, 작가의 자율적인 손길로 그리고 채워 나가는 방식이다. 이 때 작가는 밑그림 없이, 또한 지우거나 교정하지 않고 자유연상으로 그려지는 모든 것들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는데, 회광반조는 그녀의 무의식을 계획적으로 흘려 넣는 방법이 되어 준다.

국동완은 꿈을 기록하지만 그 뜻을 생각하며 적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저장한다는 목적으로 기억을 기록해 나간다. 2020년 전 세계에 닥친 재앙은 작가에게 있어 꿈과 다르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작가는 그러한 펜데믹의 시간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그 동안 일상에서 마주하지 않던 새로운 단어와 문장이었는데, 예를 들어 “집에 머물러 주세요.” 와 같이 이제는 어느새 당연한 권고가 되어버린 말들이다.

‘900x Magnification’ 시리즈는 이렇게 그린 연필 드로잉을 900배의 크기로 다시 그리는 페인팅으로, 이 작업은 드로잉에서 여백으로 남겨진 선을 종이테이프로‘그리고’ 물감을 칠한 후 떼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같은 그림을 그리는 정 반대의 몸짓과 스케일, 우연성을 통해 그 작은 세계로 더욱 선명하게 침투하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신작들은 국동완이 과거 세월호를 그린 <A ferry>(2014-2016) 작업처럼 사회적인 문제에 주목해 진행되었다. 작가는 2014년 당시 세월호 사건이라는 이슈를 목격하게 되었고 내면을 향해있는 자아지만, 그 안에서 타자를 만나고 손 끝에서 드러난 무의식적 실마리에서 작품의 주제를 만나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 <I promise I stay> 또한 2020년 한 해 동안 작가 스스로 반복해서 다짐해 온 문장으로, 펜데믹의 말들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드로잉의 대상이 되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2020년은 삶의 어떤 부분들을 영원히 바꾸어 버리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깊이 각인되었고 펜데믹의 언어를 수집하여 만든 풍경은 관람자로 하여금 2020년을 산책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