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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원문자 :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 Speculation Space of New Perspective
기간| 2021.04.20 - 2021.05.03
시간| 11:30 - 18:30
장소|
주소| 서울 종로구 화동 132
휴관|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원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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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늘 새로움을 창조하는 한국화가, 원문자
 남다른 실험과 독특한 조형성이 무르녹아 있는 작품을 살펴보는 것만큼 즐거운 시간은 없을 것이다. 작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풍부한 예술성이 오롯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원문자(元文子, 1944-)의 작품을 감상할 때도 항상 그러하다. 원문자는 언제나 남이 가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온 한국화가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기존의 어떤 작가도 시도한 바 없는 예술의 신 영역을 이룩하였다. 바로 포토 아트(Photo Art) 기법을 토대로 한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이다. 전혀 발표된 바 없는 신작으로만 구성된 이번 개인전은 50년 넘는 긴 세월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작업에 몰두해 온 그의 순수한 열정과, 어떤 작가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감각이 집적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색다른 기법과 표현 방식을 모색하는 그의 작업 태도는 학부 시절의 그림에서도 발견된다. 원문자는 이미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재학 시절에 "붓을 들고 사닥다리를 예닐곱 개나 오르내려야 그릴 수 있는" 대작을 그렸다. 그리고 여러 공모전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참여한 대표적인 공모전이 바로 한국 미술계의 가장 권위 있는 제도였던 국전이다. 원문자는 국전 동양화부에 화사한 색채와 은은한 필선으로 꽃과 새의 생태를 묘사한 화조화를 출품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1976년 25회 국전에서는 연꽃이 활짝 핀 연못에서 원앙이 노니는 풍경인 「정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이렇듯 원문자는 화조화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기만족을 모르는 그가 1970년부터 1980년대 중후반까지 화조화의 현대화를 모색한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부터 다른 형식과 양식의 한국화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한지의 반 입체화 작업을 통한 추상성의 추구다. 한지의 물성을 집중 연구한 그는 물에 닥을 풀어 부조 형태의 입체를 만들거나, 혹은 부조 형태를 뜰 때 구성에 따라 화면 일부를 뚫어 제작하였다. 또한 한지의 마티에르를 부각하고 먹과 색의 번짐을 활용하여 묘사를 생략하거나 형태를 단순화한 추상성을 도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정신의 자유로움을 갈구하고 확장성과 변화를 찾기 위해 사각의 틀을 벗어난 갖가지 형태의 프레임도 선보였다.

2000년대에는 요철 바탕을 집중 탐구하는 「사유공간」 연작을 착수하였다. 「사유공간」 연작은 닥종이가 선사하는 따스함과 먹색 요철의 마티에르가 어우러진 추상화다. 이 과정에서 닥종이 바탕만으로도 작품을 완성하였다. 오로지 소색(素色)만 부각된 한지 부조는 관객들의 감성과 상상력이 자유롭게 이입되는 은은한 '사유공간'으로 연출되었다. 동양 회화에서 언제나 조연 역할을 하였던 여백이 주연으로 부각되는 순간이다. 또한 원문자는 순지의 다양한 먹색을 이용하였다. 즉 순지 조각을 구겼다가 다시 반쯤 편 다음 계획된 구성 안에서 여러 겹씩 쌓아 붙여 깊이감과 입체감을 주었고, 각도,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효과도 모색하였다. 이는 콜라주 기법을 응용한 새로운 닥종이 부조다.

이렇듯 원문자는 다양한 물성과 기법을 연구하며, 여타 작가들이 간과한 색다른 창작 방법을 시도하였다. 회화와 조각, 구상과 추상, 먹과 색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시각물을 창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문자 작품의 기본은 동양 회화의 뿌리나 다름없는 지필묵이었다. 지필묵이라는 견고한 토대가 그의 남다른 노력과 창의성이 더욱 돋보이도록 힘을 실어주는 원문자 창작의 근간이 된 셈이다.

Speculation Space of New Perspective, 또 다른 회화로 변신하다. ● 자신의 예술적 경지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원문자의 집념은 이번 개인전 출품작에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회화'로 변신한 포토 아트가 그것이다. 포토 아트를 포함한 디지털 미술은 과학 기술의 섭렵과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첨단 기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야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술 터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희를 훌쩍 넘긴 노작가는 21세기의 신매체를 완벽하게 섭렵하였다. 그리고 '사진을 뛰어넘은 회화'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 사진을 활용한 시각물은 이전에도 존재하였다. 여러 장의 사진을 연이어 나열하는 포토 콜라주나 두 개 이상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디지털 몽타주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물론 원문자 포토 아트의 출발도 사진 찍기다. 그는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의 다양한 소재를 사진 이미지로 수합하였다. 원문자만의 시각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진을 특수 프로그램으로 호환하여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신시켰다. '기계의 렌즈'를 거친 단순한 '봄(seeing, 見)'에서, '사람의 눈'으로 여과된 '관찰(looking at, 觀察)'로 전환되는 시각의 재편성 과정이다.

세상에 알려진 포토 아트는 여기까지다. 여타 작가들은 이 상황에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원문자의 포토 아트는 여기부터가 시작이다. 한지, 캔버스 텐순지에 출력된 결과물을 토대로 한, 전혀 다른 회화 창작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의 섬세한 붓질과 천부적인 감각은 직선을 곡선으로, 노골적 형상을 우아한 실루엣으로 전환한다. 얼룩이나 질감을 살리고, 바탕과 다른 색상을 덧입힌다. 최첨단 기기가 파생한 일률적인 인공 픽셀도 그의 손끝을 거치면 변화무쌍한 모필의 획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원문자에게 출력된 사진은 단지 완성작을 위한 에스키스에 불과하며, 한국화의 하도(下圖) 즉 밑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원문자 특유의 감각과 필력은 실상과 환상, 사진과 회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들고 형과 색이 공존하는 다른 차원의 사유공간으로 창출된다.

따라서 원문자의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은 대상을 즉물적으로 드러낸 사진도, 여러 장 복제가 가능한 인쇄물도 아니다. 무한한 상상력과 독특한 조형성이 '작가의 손'을 거쳐 창조된 원문자 고유의 회화인 셈이다. 이러한 창작물은 이성적 사고와 자율적 감정이 공존하고 작가의 내적 기쁨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원문자는 독자적인 포토 아트의 제작 과정이 항상 즐겁고 감사하였다고 고백한다. 고희의 나이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컴퓨터 기술을 배웠을 때의 성취감, 이런 저런 공정을 거쳐 전혀 예상치 못한 형상성이 완성될 때의 감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것이다.

원문자의 작업 태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창작의 주요한 조건으로 언급되어 온 '자유로운 유희(遊戱)'의 중요성을 새삼 알려준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는 『예술 철학의 경험』(1883)에서 "예술은 자유의 표명이요, 암흑과 같은 유한한 세계에서의 해방"이라고 하였다. 예술이 "다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내면의 자유를 부여"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에른스트 카시러가 기술한 정신의 자유, 해방은 『장자』 제1편에 기술된 '소요유(小搖遊)'를 연상시킨다. 널리 알려졌듯이 소요유는 비좁은 '아(我)'의 틀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 자유롭게 노니는 '유희'를 경험하는 상태다. ● 예술의 영역에서 유희가 힘을 발휘하려면 선제 조건이 필요하다. 중국학자 서복관(徐復觀, 1903-1982)은 그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무한한 상상력의 힘, 둘째 고귀한 인격의 힘, 셋째 순수한 감각의 힘이다. 아름다움을 성립시키는 세 가지 힘이 존재하여야 유희가 진정한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서복관의 언술은 원문자의 제작 과정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가 스냅 사진을 찍는 순간, 대상과의 자율적인 교감이 작동하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이성적인 사고가 개입된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회화로 승화하는 단계에서는 순수 감각의 타고난 미의식이 발휘된다. 객관적 사물이 주관적 형상으로, 고정된 색상이 다양한 빛의 운용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는 막연한 즐거움이 아닌, 사고의 흐름과 행위가 존재하고 유희가 실현되어야 가능한 프로세스다.

원문자의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으로 더욱 돋보인다. 근대기 한국화단에서 색은 금기처럼 여겨온 회화 방법론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화가 우위를 점한 탓에, 해방 이후의 채색화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식민지의 산물로 여겨졌다. 늘 수묵과 비교되면서 정신성이 결여된 속되고 천박한 장르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하였다. 그러나 색은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표현 방식이다. 사물 고유의 색상에 작가의 감각과 감성이 더해진 채색화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깊이, 환희, 감동을 선사한다. 원문자의 작업에서도 찬연한 색의 유희가 발견된다. 때로는 선명하고 강렬한, 때로는 아련하고 부드러운 색의 유희다. 이러한 색의 조합은 장식적이면서도 은은하고 기품이 있다. ● 이렇듯 원문자의 『새로운 시각의 사유공간』은 더 이상 사진 미술이 아니다. 수작업으로만 완성된 단순한 페인팅도 아니다. 이미지가 고착된 사진에도 상상력과 자율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음을 몸소 실현한 새로운 미술 장르이자, 유희가 승화되어 정신적인 자유로움에 도달하는 소요유의 현장이다. 이성과 감성, 작위와 무작위, 색과 먹, 인공과 자연이 공존하는 참신한 예술 영역인 셈이다. 언제나 예상치도 못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원문자의 다음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송희경

(출처= 아트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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