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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정유빈 : 사소한 유영
기간| 2021.04.22 - 2021.05.05
시간| 10:00 - 18:00
장소| 모리스갤러리/대전
주소| 대전 유성구 도룡동 397-1
휴관| 명절 별도공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42-867-700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정유빈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모래상영
    2021 (출처= 모리스갤러리) Acrylic on canvas 130.3 x 162.2cm

  • 머무름의 형태
    2020 (출처= 모리스갤러리) Acrylic on canvas 27.3 x 34.8cm

  • 머무름의 형태
    2020 (출처= 모리스갤러리) Acrylic on canvas 31.8 x 40.9cm

  • 두둥실정오
    2021 (출처= 모리스갤러리) Acrylic on canvas 65.1 x 90.9cm
  • 			정유빈, 공간에서 유영하기
    
    홍경한(미술평론가)
    
    
    
    1. 정유빈의 공간은 일상을 텃밭으로 한 무대이다. 기억을 통해 수집된 장면의 나열이며 상상력에 의해 개간되는 조형의 장이다. 또한 익숙함과 생경함을 왕복하는 그의 작품들은 물리적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횡단하는 시공의 함축이면서, 선과 면으로 구획된 공간 내에서의 서술은 현실과 비현실의 층위를 관통한다.
    
    최근 5년 간 선보인 그의 작업 가운데 <공간정원>(Imagine, 2020)을 비롯한 <머무름의 형태>(2020), (2020) <1031-5>(2018) 등에선 공간의 구조와 건축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화면 분할에 따른 기하학적 입체성이 두드러지고, 물질적인 공간에서부터 비물질적인 이미지의 공간으로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시각적 온화함과 질서정연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자신의 삶과 연계된 현실을 의식한 상태에서 집단적 동일성을 찾는 대신,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다양한 사물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이는 방식으로 고갈되지 않는 공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그 비(非)고갈의 바탕은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을 왕래하는 경계에 있으며, 그 경계의 관계는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문 프레임(frame)1)을 통해 가시화된다.
    
    반듯한 프레임이 조형의 중심에 놓인다면 자유로이 넘나드는 선은 <두둥실 정오>(2021)와 <머무름의 형태>(2020) 등에서 엿보이듯 인공과 자연적 공간을 등치시키는 요소로 기능한다. 실제로 부드러운 색을 머금은 채 경계 내외를 순환하는 이 선은 프레임 밖으로 겹겹이 중첩되어진 풍경을 포박하는 요소이자, 현실과 가상을 묶는 또 다른 장치이다.
    
    프레임과 선, 색을 지나 시각적 흥미로움을 덧대는 건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2) 익숙함의 낯섦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의 병치는 구상 회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시각방법론이지만, 이전과 다른 차원의 질서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익숙함을 넘어선다.
    
    그래서일까. 프레임과 선의 유동, 사물과의 조응은 구조의 변화를 일구고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유도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일상의 새로운 발견을 통한 비일상적 세계의 열람’이다.
    
    2. 공간에 관한 정유빈의 관심은 ‘결핍’에서 비롯됐다.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고픈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만한 바람이고, 그것이 작업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정유빈 역시 소유에 반하는 결핍이 조형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자신의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한데, 시각의 범주에선 “공간에 대한 소유욕”과 결여 보단 역시 (정유빈이 강조해온)기존 공간체계를 휘발시키며 만들어내는 생경한 영역으로써의 공간이 먼저 눈에 띈다. 일례로 <고장 난 시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한권, 편하지만은 않은 의자, 유난히 잘 들리는 노래가사>(2019)라는 긴 제목의 작품은 공간 소유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물감과 캔버스라는 물질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질적 한계가 존재함에도 일상에서의 불충족이 메워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공간자체를 선행하며 생성되는 변환된 공간이 지닌 무게감이야말로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평면에서의 공간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조형적 노력이 읽히는 탓이다. 그런 점에선 <오후의 휴식>(2018)도 마찬가지이다. 제목이 지시하는 것은 명확하고, 일상과 공간의 상관성은 인식의 촉발을 외면하지 않지만, 물질은 정신으로 옮겨지며 동시에 공간은 새롭게 확정된다. 공간과 오브제의 대면을 통한 공간의 새로운 구조가 생성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는 <8호실>(2018)이나 <4호실>(2018)에서도 유사한 결을 지닌다. (2020), <공간정원>(gray city, 2020)도 그렇다. 근본적으론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에 대입하는 방법의 문제와 맞닿으며 공간과 경계, 안과 밖의 구획은 명확하지 않다. <궤도 밖>(2020) 연작처럼 확정의 공간이 부유한다. 아니, 경계자체를 초월해 신비로운 영역의 세계로 초대한다.
    
    때문에 정유빈의 그림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관람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일상의 사물이 소재화 되었을 때 건축물과 공간이 전하는 구분, 제지, 차단이라는 규칙적인 양태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도 있고, 차원을 달리하는 평면성에 국한되지 못하는 예도 있다.
    
    단지 관람객은 양립불가능성에 관한 가능성의 이미지를 훑으며, 작가가 상상을 가미해 제시한 공간-사물의 등식 아래 평소와 다른 감각의 전이를 포함한 공간과 시간의 중첩을 맛본다. 연상되는 모든 이미지(그게 무엇이든)는 작은 수확일 수 있다. 따라서 정유빈의 작품은, 누군가에겐 그저 단순한 기하학적 작품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어떠한 공간도 될 수 있는 공간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3. 정유빈의 작업은 공간 확장성을 통한 두 개의 특질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공감각적 상황과 관련이 깊다. 당연함을 마땅하지 않은 위치로 이동시켰을 때, 혹은 마땅한 곳에 으레 당연한 무언가가 놓였을 때의 감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는 의도를 배제한 상태에서 접근할 경우 더욱 뚜렷해진다. 그리고 그 뚜렷함 속에는 계산된 우연성, 주관성, 인식성, 상호성, 존재성, 건축성 등이 다양하게 배어 있음을 보게 된다.
    
    또 하나의 특질은 소재의 뚜렷함이나 시각성을 건넌 여감의 체득이다. 안락하고 조용하다 못해 담백한 여운과 그 이면에 드리워진 차분함 등은 독특한(혹은 묘한) 미감을 만들며, 이는 그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특징이다.
    
    물론 정유빈의 작업에선 면과 선이 되레 공간 내에서 강조된 채 의미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양태를 제3의 특질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앞서도 언급했듯 공간의 비(非)고갈성, 연속성, 확장성에 중요한 단초가 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지각과 장소는 다를지라도 존재를 위시한 타자성, 관계성, 현존성이 들어 있다.
    
    한편 예술가는 다양한 미적 원천과 원형으로부터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고 인용하며 끌어들여 예술영역의 지평을 넓힌다. 어느 경우 창조성이란 임의적인 우연성에서 비롯되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사물과의 조우에서도 만들어지곤 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은 중첩과 대비라는 조형원리를 통해 개간된 기존 맥락과의 다른 어떤 것이거나 익숙한 듯 낯선 무엇이다. 필자는 정유빈의 작업이 ‘기존 맥락과 다른 어떤 것이거나 익숙한 듯 낯선 무엇’에 있음을 본다.
    
    다만 일상에서의 시간인식을 공간과 연계하는 방식은 시간을 파편화해 공간에서 재 분열시킨 20세기 초반 선대의 미술이나 시공을 더디게 다룬 초현실주의자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특정 순간의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해 환영적인 공간을 재현하는 방식을 말한다면, 이 또한 이미 17, 18세기 유럽 미술아카데미와 1980년대 이후에도 계속 활용되어 왔다.
    
    따라서 향후 정유빈의 작품들이 보다 진화할 수 있으려면 화면의 변주에서 벗어나 내면에 감춰져 있는 특유의 감성을 보다 진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에 더욱 골몰해야 한다. 특히 나를 포함한 우리의 이야기에 천착하는 것, 매체3)에 대한 실험성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긍정적 미래와 무관하지 않다. ⓒ
    
    
    
    1) 전체적인 질서를 부여하며 다양한 일상 사물로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이 프레임은 공간과 공간을 분리해 오히려 경계를 명료하게 하지만, 한편으론 공유의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2) 다양한 자연물과 전등, 소파, 탁자, 의자, 계단, 욕조, 시계 등의 잉상 사물.
    
    3) 예를 들어 시각예술에서의 매체는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에 고의적으로라도 다양한 실험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내게 맞는 언어를 체득할 수 있으며 조형성의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
    
    (출처= 모리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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