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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유예림 : '나는 밤새 푹 자고 종일 일한다네'
기간| 2021.05.04 - 2021.05.29
시간| 13:00-19:00 *월요일 휴관
장소| 아티스트런스페이스쇼앤텔/서울
주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 277-8/1층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10-3422-456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유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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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나는 밤새 푹 자고 종일 일한다네》

 
 전시의 제목은 몬티 파이선의 비행 서커스: 에피소드 9에 등장하는〈Lumberjack Song(벌목꾼 노래)〉의 가사 일부를 차용한 것이다. 해당 곡은 1969년 BBC1 채널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영화, 연극 무대, LP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번 연주되었다. 곡은 매번 상이한 줄거리의 촌극 뒤에 따라붙는 식으로 등장하며, 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한 사내가 현재의 직업(여러 종류의 직업군이 언급된다. 예를 들어, 이발사/기상캐스터/펫샵 주인 등)에 대한 불만족을 표출한다. 그는 곧 공표한다. “나는 결코 [이발사/기상캐스터/펫샵 주인]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나는 언제나…벌목꾼이 되고 싶었어!” 이어서 그는 벌목꾼의 삶(“나무와 나무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고”), 다양한 수목의 종류(낙엽송, 전나무, 유럽 적송, 그리고 즉석에서 지어낸,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몇몇 종들)에 대해 떠들어댄다. 겉옷을 거칠게 벗어 그 속에 입고 있던 빨간 색 플란넬 셔츠를 노출함과 동시에 사내는 배경에 침엽수림 사진이 부착된 무대로 이동한다. 그러고는 브리티시 콜롬비아 지역의 벌목꾼으로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벌목꾼이 되고자 하는 사내의 열망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는다. 그는 아무런 합당한 이유 없이 그저 캐나다의 초목 지대를 누비는 벌목꾼이 되고 싶을 뿐이다. 사내의 본 직업은 촌극이 상연되는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령 BBC에서는 이발사가 되었다가, 연극 무대에서는 펫샵 주인이 되었다가 하는 식이다. 이러한 자의성은 너무나도 뻔뻔스럽고 태연자약해서 관객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개연성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밤새 푹 자고 종일 일한다네》의 인물들은 파이선의 촌극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주 특정한 직업군으로 분한다. 성별도, 인종도, 연령대도 불분명한 와중에 직책만큼은 뚜렷한 것인데(파트타임 직원, 퇴역 군인, 사우나 관리인), 이들이 필연적으로 특정 직책을 부여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해당 그림들이 문장, 혹은 여러 문장들이 결합된 내러티브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어, 서술어 등의 문장 성분들이 필수적이다. 이 성분들의 자리에 들어가게 될 단어는 전적으로 발화자가 문장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달렸다. 그러나 이때, 해당 문장들이 그 어떤 내용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장 형성을 위한 문장 형성’이 문장의 유일한 목표라면, 성분들의 자리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더라도 무방하다. [광저우]가 [빌뉴스]로, [광동어]가 [리투아니아어]로 대체된다 한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맥락이 어떻게 변형되거나 저해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일련의 ‘문장 형성’ 과정은 마치 스마트폰의 텍스트 자동완성 기능과도 유사하다. 따라서 이렇게 생성된 내러티브는 언제나 주어, 서술어, 목적어가 뚜렷한 문장에서 출발하게 되지만, 이러한 성분들은 있어야 할 자리에 적절히 자리잡고 있음과 동시에 다른 무언가로 교체될 수 있는 가능성에 항상 열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텍스트를 바탕으로 그려진 그림은 흔히 삽화의 범주로 ‘퉁쳐지기’ 마련이다. 삽화란 글의 내용을 보완하고 그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장 내용에 관계되는 정경, 인물 등을 묘사하여 글 속에 삽입되는 그림을 의미하며, 책의 첫 장이나 안내문을 장식하는 머리그림, 또는 위급상황시 대처법을 알려주기 위해 비행기 좌석마다 비치된 책자 속 이미지들이 대표적인 예시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나는 밤새 푹 자고 종일 일한다네》의 이미지들이 그것의 근간이 되는 가상의 문장-내러티브를 교란하도록 제작된다면, 해당 그림들은 정보전달, 내용 보완이라는 삽화의 일반적 기능과 멀어질 것이다. 더 이상 삽화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 그림들은 어디에 속하는가?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 이미지들은 회화적인 삽화와 삽화적인 회화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애매하게 부유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출처 = 아티스트런스페이스 쇼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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