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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it Repertory #01
2021 (출처= 갤러리브레송) 피그먼트 프린트 80x53cm
Petit Repertory #34/#35
2021 (출처= 갤러리브레송) 피그먼트 프린트 50x33cm each
Petit Repertory #03/#04
2021 (출처= 갤러리브레송) 피그먼트 프린트 50x33cm each
최근 3년 동안 찍은 사진 중에 38장을 추렸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두세 달씩 머물러야하는 상황 때문에 사진들은 대부분 내가 체류했거나 여행했던 장소를 나타낸다. 한국인에게는 미국이, 미국인에게는 한국이 이국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겠지만, 지역의 특색을 애써 찾아내는 것과는 무관하다. 이와는 달리 나는 내 생활 속에 있으며 항상 변하는 ‘일상성’, 또는 일상의 변화와 차이들 자체에 주목하고 싶었다.
그 일상성이란 내게 이런 것이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나비문양의 흔적, 바다를 뒤로하고 횟집 어항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물고기, 다리에 플라스틱 밴드를 감고 있는 새, 피부가 벗겨진 마네킹의 손, 칵테일 잔을 쥐고 있는 한 남자의 문신 가득한 팔. 이런 일상의 파편들은 내게 명확한 의미를 지닌 대상이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화된 죽은 일상이 아니라 생생하고 독특한 일상이다.
내게 사물은 철조망, 유리창, 베일과 커튼 너머의 모호한 대상이 될 때 더 흥미롭다. 초점이 불안하고 앵글이 불안정할 때 그 대상이 오히려 살아있는 것 같다. 인물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상황이 모호할 때,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난반사가 일어날 때 오히려 사진 너머의 무엇인가를 상상하게 된다. 존재하지 않거나, 모호하여 알 수 없는 것, 혹은 볼 수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탁월한 능력이자 욕망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진 이미지를 몇 개 씩 묶어 연작처럼 보여주기로 했다. 실제로 강한 관련이 있는 연작이라는 뜻 보다는, 이 사진들의 찍기에서나 보기에서나 ‘편집’과 보는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출처= 갤러리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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