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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17 기억공작소 Ⅳ-하얀 흐름 노병열
기간| 2017.10.20 - 2017.12.31
시간| 10:00 ~ 19:00
장소| 봉산문화회관/대구
주소| 대구 중구 봉산동 125
휴관| 월요일, 설, 추석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53-661-350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노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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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하여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하여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하여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하여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하얀 흐름과 숲  텅 비어있다. 다시 보니, 6m 높이의 하얀 벽면 가득하게 무수히 작은 돌기들이 솟아있다. 돌기는 일정한 면적 단위로 그룹을 지어 관람객의 신체와 대기大氣를 사이에 두는 공간 차원으로 존재하며, 전체적 인상은 간결하고 정갈하지만 어떤 재현과 감정感情 없이 허망하기도한 '하얀 흐름'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보았던 돌기는 벽면 위에 물감으로 그리거나 찍은 것이 아니라 일정 길이로 자라나온 지름 10㎜ 크기의 물감 고드름이고, 미묘한 빛의 흐름으로 눈에 일렁거리듯 지각되는 집합체를 이루며, 대상으로의 이해와 접근이 막막하고 불편한 낯선 상태 속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의 축적이 반복되는 살아 움직이는 듯 현기증이 느껴지는 공간의 환경적 구성요소이다.
    
    '하얀 흐름'에 관한 이 같은 상상은 미술가 노병열이 이번 전시를 위해 설계했던 '백색 고드름의 흐름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관한 것이다. 벽 전체를 자신의 물감 고드름으로 덮는 실험적인 상상은 구체적인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가로122×세로245×두께0.5㎝크기로 분할한 28개의 패널 표면에 고드름을 만들고 상하좌우를 연결하여 세 개의 벽면 전체에 설치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1999년부터 지속해온 작가의 고드름이 원래의 조형질서와 형태를 바꾸지 않고 영역을 확대하여 자라나온 흰색 패널은 벽에 설치되면서 거대한 공간적 회화의 영역에 가담한다. 당연하지만 이 공간은 표면 위에 질료가 만나는 사건의 입체적 총체이며, 회화의 본질적 특성이 적용된 공간으로서 회화이다. 이 같은 회화 표면층의 문제는 작가가 그동안 다루어온 현대미술에서의 개념과 바탕의 밀도에 관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폴록Jackson Pollock(1912~1956)의 액션 페인팅 이후, 완성품에서 미적인 가치를 구하기보다는 예술가가 현실의 장場에서 표출하는 행위에 가치를 두며, 그린다는 순수한 '신체행위' 자체로 회화를 환원시키는 평면 표면 위의 사건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크릴 수지로 된 표면층에 물감을 자라게 하는 창조적인 시간과 반복적인 신체행위를 더하여 작가만의 서사인 고드름을 집적하는 또 다른 차원의 회화이기도하다. 또 작가의 작업과정에서 외부 세계의 힘으로서 중력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흥미롭다. 작가는 재료의 선택과 물감을 칠하는 신체 행위와 물감이 마르는 시간을 기다리는 과정의 반복을 통하여 흰색 아크릴 표면층에 중력의 힘으로 고드름 돌기가 더해진다는 설계 외에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전시장의 다른 한 공간에는 벽의 연장으로서 바닥에 수용한 동일 개념의 가로340×세로340×두께0.5㎝ 패널이 회화 표면과 사건의 형식화를 다시 강조한다. 이 전시 작품들은 어떠한 서술보다 회화 표면과 사건의 형식 문제를 가시화한다. 회화의 표면을 확대할 때 보이는 그 물감의 층위가 가지는 입체감을 독립시켜 자연스럽게 물감 고드름이라는 입체 오브제로 이어졌고, 다시 여러 개의 표면층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중층적 연쇄적 개입은 이제 공간이라는 다른 차원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작가가 축적한 시간과 관객의 시간이 이 전시를 바라보는 현재에서 만나 '하얀 흐름'을 느끼는 것, 그리고 회화 '표면'과 '사건'에 관한 작가의 창조적 기억은 현대미술의 현재와 만나고 다시 관객의 미래로 기억되는 또 다른 사건이다.
    한편, 작가는 현대미술의 역사 속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상실되거나 제거되었던 기억으로서 '숲'을 주목하고 자신의 기억 층 속에 이를 다시 각인시키고 있다. 불에 타고 남은 목탄의 짧은 심처럼 보이는 작가의 '숲'은 현대미술의 선택과 변화의 과정에서 누락되었던 자연 혹은 생명과의 '관계'와 '균형'에 관한 창조적 기억일 것이다. 아마도 이 용어가 '순수' 지향의 선택 밖에 존재했던 비주류를 지칭한다는 사실로 인해 사건의 내면적 '소통'에 관한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관계의 의미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주목은 이전 모더니즘 계열에서 한발 비켜선 자신의 태도를 대변할지도 모른다. 모더니즘의 진화적 형식 맥락을 따르면서도 다른 성격의 사건으로서 '숲'을 주목하여 작업의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숲'의 존재를 자신의 작업 태도에 견주어 기억되도록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물결-Wave', '고드름-Icicle', '흐름-Flow'으로 이어지는 주관적이고 서사적인 사건의 기억 스펙트럼을 펼친다. 본능적이라 할 만한 이 기억 설정은 전시에 의해 다시 공작되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기억과 만난다.  작가의 '숲'과 '하얀 흐름'은 끊임없이 변하고 재배열되지만 변화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정돈된 순수 표면층과 그 위의 사건을 보여주면서 어떤 회화의 기억으로 제안된다. 구속이 없는 자율성의 기억, 아주 단순한 돌기의 상태와 그룹화에서 있는 그대로 존재의 기억을 떠올린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우리는 그 변화를 잇는 한 순간의 고요하고 미묘한 긴장을 기억한다. 이 기억 속에 온몸으로 들어간 '바라보기'는 새로운 미래의 어떤 순간을 위한 기억공작소이다.  정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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