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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배미정 : 아는 여자
기간| 2021.05.05 - 2021.06.06
시간| 10:30 - 18:00
장소| 갤러리밈/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 178-2
휴관| 연중무휴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3-88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배미정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전시전경
    (출처= 갤러리밈)

  • 전시전경
    (출처= 갤러리밈)

  • 전시전경
    (출처= 갤러리밈)

  • 전시전경
    (출처= 갤러리밈)
  • 			아는 여자: 더 할 나위 없이 눈부신
    
    
    배미정의 그림은 회화적(painterly)이라기보다는 시적(poetic)이다. 색면과 붓의 움직임과 흔적이 주는 시각적 효과보다는 그려진 사물들 하나하나에 구체적 상징이 부여되고 응축되어 의미가 흘러넘친다. 기표와 기의처럼 팽팽하게 매칭 되어 있는 사고와 이미지 때문에 그림이 쉴 새 없이 이야기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림 자체가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상이 말이 되고, 그 말이 다시 말을 불러, 실체 그 자체조차 상징화되어 점점 박리된다. 나름 빛나면서 아련하게 보이는 화면 속의 이끼, 나방, 바위, 나무, 폭죽, 모과, 색채 등이 풍기는 분위기는 명암의 과격한 배치를 통한 상징형식으로 엮여 있어서 말끔하게 처리된 서사적 세계를 호출한다.
    
    
    통상 아는 여자란 몰라도 되는 여자다. 나와 별 연관이 없어 딱히 어떤 사연으로 엮여 있다 기 보다는 사소하게 스쳐 지나간 여자인데, 어쩐지 잊혀 지지 않는 정도의 여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타자인 바로 이 여자들에게 드는 끈끈한 일체감이 그림 속 사물이나 배경과 녹아있다. 여자가 풍경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풍경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배미정은 이렇게 “아는 여자”를 풍경으로 발견하고 소환한다. 예기치 않은 장소와 시간에서 자신과 무관한 여자의 모습과 행동이 갑자기 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특별하게 감정으로 다가온다. 뻔했던 공간이 새로워지고, 그 여자와의 거리감은 어느새 옅어진다.
    
    
    “나는 보았노라 씁쓸한 허공 속에서
    
    끝없이 오묘한 형상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 장소에서 그 여자 때문에 갑자기 그 속에 있는 “나”가 특별해지고,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는 듯이 느껴진다.
    
    
    “아는 여자”를 풍경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어쩐지 고독하고 쓸쓸하며, 차라리 냉정하기 조차하다. 아는 여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그 여자를 보는 사람이 자기 바깥에 무심하여 외면한 결과 때문에 발견된 게 아닐까. 보는 이의 상태와 상황 때문에 그 사람의 주관에 투영된 아는 여자가 마치 그 관찰자와 상관없이 특별한 뭔가를 내뿜으면서 행동을 해서 기억에 남게 된 것이 아닐까. 풍경도 숭고처럼 주관의 능력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쪽에서 발견되는 인식의 뒤집힘에서 일어난다. 아는 여자가 발견되는 공간 자체가 그렇게 상쾌하지도 않고 아는 여자도 일상적으로 볼 때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은폐되면서 그 자체가 쾌의 대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관찰자로서 아티스트는 전도된 대상을 풍경으로 아는 여자로 그린다.
    
    
    풍경으로 드러나는 대상과 주체와의 관계는 인식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이다. 개인의 내면을 이루는 주관과 대상의 사실적 묘사로 이루어지는 객관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 근대에 동시적으로 나타났다. 주-객관이라는 관계의 항 그 자체가 풍경이 되는 것이고, 보다 넓게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다. 몇 번의 전시에서 배미정의 그림을 볼 때도, 아는 여자에 대해서 쓴 그녀의 산문을 읽을 때도, 상징을 상징으로 풀어가는 폴 발레리의 시구가 뜬금없이 떠올랐던 까닭도 알 거 같았다. 명암의 탁월한 배치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는 각종 오브제들은 상당히 명확하게 상징으로 구축된 채 배열되어 있어서 배미정의 그림은 발레리의 시와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발레리의 시, “은밀한 노래”는 배미정의 작품 세계와 놀라울 정도로 조응하고 있다.
    
    
    “눈부신 추락, 이토록 기분 좋은 마지막,
    
    싸움들은 잊어버리기,
    
    춤을 춘 후, 매끈한 몸이
    
    이끼 바로 위에 눕는 이 즐거움!
    
    
    이 여름 불티들과도 같은
    
    섬광 한 가닥이
    
    땀 흘리는 한 이마 위에서
    
    승리를 축하한 적은 일찍이 없다!
    
    
    그러나 황혼이 다가오자,
    
    수많은 일들을 이루어 낸 이 위대한 몸도,
    
    춤을 추며 헤라클레스를 꺽던 이 몸도,
    
    이젠 하나의 장미꽃 더미일 뿐!
    
    
    서서히 몸 사그러든 승리자여,
    
    별들의 발걸음들 아래 잠들어라.
    
    왜냐하면 영웅과 맞수인 히드라별자리도
    
    몸을 끝없이 펼쳐 놓았으므로---
    
    
    영혼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들어갈 때는,
    
    오 황소별자리 개별자리 곰별자리 따위의
    
    엄청난 전리품들을,
    
    영혼은 형체 없는 공간으로 밀어 넣는다!
    
    
    하늘나라에 가 있는 위대한 업적들을,
    
    괴물들과 신들을 내세워
    
    온 누리에 널리 선포하는
    
    더 할 나위 없는 마지막, 눈부심이여!”
    
    
    발레리는 통상 풍경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발레리는 풍경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풍경화가 그림에 침투한 결과 “예술의 이지적 내용은 감소”되었고, 예술이 “인간적으로 완전한 자의행위”라는 명제가 희미해져 갔다고 말한다. 눈을 끄는 디테일이 늘어나고 틀에 박힌 형식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상징을 상징으로 넘어가려는 발레리의 시도처럼 배미정도 풍경으로 풍경을 해체했으면 좋겠다.
    
    김웅기 (미술 비평)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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