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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정소영 : 해삼, 망간 그리고 귀
기간| 2021.06.03 - 2021.07.11
시간| 화-일 11:00-18:00
장소| 원앤제이갤러리(ONE AND J. GALLERY)/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가회동 130-1
휴관|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45-164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정소영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어부의 섬
    2018 Courtesy Delfina Foundation, Korean Cultural Centre UK, and SongEun ArtSpace Photo credit Tim Bowditch (이미지 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 한-중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표, 구리 가변설치

  • 굴러온 길
    2020-2021 photo credit Uno Yi (이미지 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 철, 분체도장 가변크기

  • 섬 그리기
    2020 (이미지 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 Single channel video 4min 18sec

  • 이미륵의 거울
    2021 (이미지 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 투명 유리에 은거울 용액 반응, 스테인레스 스틸 프레임 각 80 x 120 cm
  •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6월 3일(목)부터 7월 11일(일)까지 정소영 개인전 <해삼, 망간 그리고 귀 (Sea Cucumber, Manganese and Ear)>를 개최한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정소영의 개인전 <해삼, 망간 그리고 귀>에서는 작가가 천착해온 지질학, 지정학 그리고 해양학 연구에서 직조된 여러 이야기를 담은 아홉 점의 작품들을 원앤제이 갤러리의 세 전시공간에 재구성하여 선보인다. 정소영의 조각들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물질이 지나온 시간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작가는 어느날 발견한 작은 돌멩이에서 지구의 시간을 상상하게 되었고, 자신의 발이 딛고 서있는 땅속으로(지질학), 그리고 땅 위로(지정학) 시선을 이동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작가에게 지각(地殼)의 침식과 퇴적작용이 인간사의 생성과 소멸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로 작동한 것이다. 여기에서 시작된 작가의 상상력은 땅에서 대륙으로, 지평선에서 국경으로, 도시에서 섬으로 이동하면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자연적 그리고 개인적 기억을 직조한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의 조각이 되고, 그 조각들은 다시  경계를 이동시키고다른 시간을 불러내어 매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위한 공간으로 무수히 변형된다. 최근 작가는 어쩌면 인류가 영원히 생존의 공간으로 영위할 수 없을 바다의 시공간(해양학) 속으로 상상의 지평을 옮겨 지질과 해양의 존재와 흐름을 사유한다. 인간의 시점에서 거대한 우주의 이동을 발견하고 사유하는 것은 불가능과 마주한다는 것이며, 동시에 오롯이 나의 시간과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사유의 시간을 갖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아홉작품은 배은아 기획자의 짧은 글을 동반한다. 작가의 조각이 지각과 해양의 시간, 즉 거대한 물질이 지나온 시간과 교차하는 인간(작가)의 삶이 마주침으로써 빚어진 것이라면, 그 글들은 그 순간들을 상상하며 다시 ‘조각’이라는 물질로 탄생한 것들의 시간과 인간(관객)의 삶이 마주하도록 안내한다. 배은아 기획자는 작가의 작품들에서 보이는 양극으로 분리되는 물리 작용들이 동시에 존재하며 만들어내는 순간들과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삶이 ‘어떤 찰나’의 경험과 축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상상한다. 그리고 작품 <섬 그리기 (2018)>에서 부표를 끌어 내리는 중력과 수면 위로 떠 오르려는 부력의 긴장감이 그려내는 곡선, <굴러온 길(2020)>에서 보이는 철의 견고함이 허락하는 유연한 탄력, 그리고 <29.5일 (2021)>의 지구와 달의 인력이 만들어내는 만조와 간조의 시간 등은 우리에게 ‘잡기와 솟기’, ‘접기와 펼치기’, ‘밀기와 당기기’ 등의 전혀 다른 힘이 동시에 존재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사건을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전시 <해삼, 망간 그리고 귀>는 물질의 변곡과 시선의 변수들이 일으키는 아홉가지 사건을 위한 서식지라고도 볼 수 있다. 바다도 땅도 아닌 (차라리 진공에 가까운)인간의 인지 밖의 시공 속에서 아홉가지 사건은 각각의 물성에 따라 ‘어떤 자리’로 무한히 이동한다. 어쩌면 이 사건들은 또 다른 사건을 예고하는 잠재된 사건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인간의 시선 안에 물질을 담는 대신 물질이 담긴 시선 속으로 다가가보기를, 그리고 지층의 선과 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사의 궤적에 귀기울여보기를 제안한다. 
    
    
    *  제목 <해삼, 망간 그리고 귀>에 대하여. 
    해삼과 망간은 끊임없이 분화하는 잠재성을 지닌 유기체와 비유기체에 대한 비유이다. 해삼은 바다 깊은 곳에 살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장을 토해내거나 몸을 분절시키기도 한다. 분절된 몸은 각각 개체로 되살아나며, 언제 죽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재생능력이 뛰어나다. 자유자재로 몸을 단단하거나 부드럽게 변화시킬 수 있고, 몸의 안과 밖의 분리가 불가능한 극피동물이다. 망간 단괴(망간)는 바다의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코발트, 니켈, 구리와 같은 다중의 광물 덩어리이다. 이는 심해에서 긴 시간의 축적을 통해 생성되며, 인류의 정유시설, 항공기 엔진, 철강산업 등을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곡물의 성장을 돕고 인간의 몸속에 필요한 영양소가 된다. 그 스스로 재생하여 영생하는 해삼과 다른 생명의 필수 에너지 요소로 끝없이 순환하는 망간은 심원한 우주의 시간을 담은 유기체와 비유기체이다. 
    신체의 한 부분인 귀는 외부의 소리를 듣는 청각 기관이자 신체의 중력과 속도를 인지하는 평형감각 기관이다. 이번 전시에서 귀는  외부 환경에 대한 열림과 상응을 위한 접촉 기관으로서 기능하며, ’다가가기’ 혹은 ‘가까이하기'와 같은 태도를 은유한다. 
    
    (기획/글. 배은아)
    
    
    
    전시 작품 소개
    
    <어부의 섬>은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떠내려왔다고 추정되는 부표와 밧줄처럼 꼬인 구리 밧줄을 이어 만들어졌다. 부표는 바다의 부력으로 해수면에 띄어져 지구의 중력이 일으키는 조류를 따라 이동한다. 이를 붙들고 있는 단단한 밧줄은 중력과 부력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드러내면서, 해수역에서 발생하는 국가간의 지정학적 긴장관계를 표현한다.
    
    <굴러온 길>은 2010년 강원도 원주에서 철수한 미군부 캠프롱(Camp Long)의 시민개방 행사를 위해 2020년에 제작되었다. 당시에 이 작품은 버려진 군부에서 채집한 도토리, 솔방울, 낙엽, 돌, 흙과 함께 캠프롱 교회 내부에 설치되어, 냉전시대 남북의 대립과 국가안보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과 민간복지의 경계를 구르는 궤적의 역사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대립과 동맹의 경계는 심해의 깊은 바닥으로 이동하며, 해양 영토와 채광권을 획득하기 위한 점유의 과정과 생태계로 만들어진 자연의 구획 사이를 구르는 궤적의 역사를 담는다. 그리고 작가는 누가 그리고 무엇이 공간을 점유하고 기억을재생하는가를 질문한다.
    
    <섬 그리기>는 2018년 작가가 가파도의 레지던시에 체류하던 중 촬영한 영상이다. 한 척의 배가 바다 위에 밧줄을 늘어뜨리고 원을 그리는 장면이 드론으로 촬영되었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에는 해양자원 개발이나 국가의 방위, 그리고 항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계선이 존재한다. 이를 영해라고 부른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는 영해는 국가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드러났다 사라진다.  작가는 주변을 통합하는 원의 태도로 바다의 원초적인 힘과 이를 구분하는 이념의 경계를 흔들며, 우리의 바다, 그리고 지구의 바다를 사유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의 탄압 속에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Mirok Li, 1899–1950)의 본명은 이의경(李儀景) 이었다.  그의 저서『압록강은 흐른다』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고향 땅을 바라보며 삭막한 중국과 강 너머의 그리운 풍경을 회상한다.  2020년 팬데믹 이후 더욱 강화된 경계와 거리감 속에 지나간 과거의 회상은 모두가 꿈꾸는 미래이기도 하다. 거울, 유리, 물과 같이 일상에 실재하는 물질들의 화학작용으로 제작된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기억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조형적으로 질문한다. 거울이 되어 빛으로 변화된 물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가?
    			
    ※ 아트맵에 등록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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