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021.05.27 - 2021.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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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11:00-17:30 |
장소| | 전시공간 백영(100_0)/서울 |
주소| | 서울 송파구 삼전동 48-8/지하 1층 |
휴관| | 전시마다 상이 |
관람료| | 무료 |
전화번호| | 010-2940-6769 |
사이트| |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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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수정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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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The sun was gone…but nothing happened 김주눈(김정현) 난파된 배의 잔해가 해안으로 떠밀려 왔다. 오늘도 두꺼운 안개로 인해 제대로 된 항해가 불가능하다. 태양의 붉은 기운마저 안개를 통과하지 못해 옅은 분홍빛으로 산란하고, 실종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안개의 가장 아랫부분엔 갯지렁이가 겨우 숨 쉴 수 있을 만큼의 산소만 남아 다른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뭍으로 올라온 잔해들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 엉겨 붙었다. 잔해가 무엇이었는지 대강 실루엣으로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솟아난 덩어리들은 멀리서 보면 동물이나 사람처럼 보였으나, 가까이 가면 잔해의 일부가 튀어나와 지저분했다. 태양이 소리 없이 붉은 기운을 지평선 끝자락으로 데려갔다. 곧 하늘과 땅이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파도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뭍으로 가져왔다. 완전히 지평선의 구분이 없어지고 달만 밝게 빛날 때가 돼서야 파도가 잠잠해졌다. 그때 투명한 덩어리가 수면 위로 어기적 기어 나왔다. 느리게 뭍으로 올라온 덩어리들은 미끈거리는 잔해 위로 몸을 납작하게 붙였다. 덩어리는 점차 잔해 속으로 스며들었고, 간혹 경련을 일으켰다. 잔해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주체할 수 없는 몸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움직였다. 잔해들은 같은 시간에 생겨난 서로를 만져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이해했다. 이들은 한날한시에 생겨난 서로를 동료로 여기기로 했고, 아프게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해안엔 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어둠이 깊게 깔린 내륙으로 발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잔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시덤풀로 향했고,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며 이야기를 나눴다. 생명이라는 것이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출처 = 김주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