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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없는 기계에도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물론 쓸모없는 기계는 제대로 작동시켜도 아예 작동시키지 못한 것과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기에 이 매뉴얼도 그만큼 쓸모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적어도 고장난 것과 고장남을 수행하는 것의 차이를 분별하는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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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은 고장나고 실패하는 무의미한 기계들을 만들어냅니다. 작동시켜도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거나, 기존에 있던 의미마저 분쇄해버리곤 합니다. 이 기계들이 하는 일이라곤 무의미를 생산하는 것뿐입니다. 문제는 그런 무의미의 생산이 단순한 의미 없음의 상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냥 없는 것과 달리, 공백을 생산하는 일은 빈자리를 드러내어 공백 자체를 가시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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