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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하나, 조현선 : PARTICLES
기간| 2021.06.02 - 2021.06.20
시간| 10:30 - 18:00
장소| 갤러리밈/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 178-2
휴관| 연중무휴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3-8877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하나
조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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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조현선, Thumb In ddex, _Mushed, Covered, Crushed_Trophies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 밈) oil pastel on paper 71x100cm

  • 조현선, Thumb In ddex, _Mushed, Covered, Crushed_Trophies
    2021 (이미지 제공 = 갤러리 밈) oil pastel on paper 71x100cm

  • 김하나, Untitled (Sea Bathing series)
    2020 (이미지 제공 = 갤러리 밈) oil on canvas 50x60.6cm

  • 김하나, 옆에
    2020 (이미지 제공 = 갤러리 밈) oil on canvas 193.9x112.1cm
  • 			전시서문
    
    전시 《PARTICLES: 오렌지와 빙하의 시간》은 김하나와 조현선이 오일 파스텔이라는 매체 언어로 작업의 파편들을 참조한 회화적 탐구에 대한 시간의 기록들이다. 전시에서 참여작가 둘은 회화성(painterliness)의 본 궤도에서 잠시 벗어나 입자(particle)와 매체를 향한 행위의(gestural) 태도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인 ‘파티클스(particles)’ 즉, 입자는 미시적인 방식에 기인한 관찰의 차이와 재료의 성질을 다루는데 있다. 예컨대, 우리가 모래사장을 멀리서 바라보려 하는 관찰에서 그 표면이 연속적으로 보일지라도 점점 모래사장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한다면, 그 표면은 불연속적으로 관찰되어 다른 시간에 대한 감각을 가질 것이다. 최소 단위로 좁혀지면서 한없이 작아질 수 있는 작은 입자의 감각은 운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빛과 파동 모두를 반영하고 생성과 소멸의 상호작용을 지속한다. 입자를 다각도로 감각하고 인식하는 것은, 들뢰즈가 “예술은 더욱 더 삶의 한 부분이 되어 반복되는 가운데 드러나는 사소한 차이를 찾아내야 한다”고 언급했듯이, 형식에 대한 탐구가 삶으로 혹은 역순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작은 단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리하여 각기 다른 색채의 언어를 구사해온 김하나와 조현선은, 과거 작업을 원형으로 삼아 재료의 입자-선-면-편집-반복 등과 같은 기본 요소들을 통제하면서 발생하는 공통과 차이에 대한 화면 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작가는 과거의 시간과 경험을 오일 파스텔과 오일 스틱이라는 유화적 성질을 갖고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종이와 캔버스를 채우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한다. 재료의 입자를 뭉개고 대상을 소거하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시간에 대한 ‘회복’의 감각 위에 놓인다. 이는 물성과 색면이 작업의 중심이 되어 재현의 요소를 단절시키는 동시에, 작업 과정에서의 상실된 경험을 회복시켜 다시 연결되는 회귀적 동기를 제안한다. 화면 위가 한 겹씩 채워지는 과거 작업에서의 상실된 시간들을 복기하기 위한 이들의 제스처는, 곧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에서 현재로 오가는 그리기의 행위적 실천일 것이다. 여기서 도구를 손에 쥐고 신체의 움직임을 제어해 용이하게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은, 무엇인가를 그려내기 보다, 재료의 입자를 따라 종이와 캔버스의 표면 위를 훑는 것에 가깝다. 이와 같은 매체 중심의 태도는 선적인(linear) 것과 회화적인(malerisch) 것의 상반된 개념을 모두 수용한다. 본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후기 회화적 추상과 유사한 성격은, 과거 작업의 부산물 즉, 화면의 부분들로 재구성하므로 기억을 위장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로써, 위장된 둘의 미시적인 관찰은 개인의 기억 속에 축적된 파편들을 그러모아 전체가 만들어내는 조형적 실험을 고려했을 때, 과거의 부분과 현재의 본질적인 만남을 제공하는 시간성에 기초한 시각과 촉각적인 감상을 유도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위장된 형태의 화면들은 김하나와 조현선이 기울어진 감각에 대한 서로 다른 기준점을 바탕으로 조형적 실험을 선보인다. 전시에서 김하나와 조현선의 핑퐁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Thumb Index_Camouflaged Orange_Chocolates_Hana Blue>(2021)는, 작업에 대한 태도와 방식을 서로가 참조하면서 주고 받은 결과물이다. 조현선은 2018년 김하나의 개인전 《Little Souvenir》에서 세 가지의 다른 매체로 그린 빙하 연작 중 오일 파스텔을 사용한 색-푸른 은빛(transparent blue)을 참조하여 자신의 작업에 ‘Hana Blue(하나 파랑)’라는 부제를 붙였다. 여기에 김하나는 조현선과 공통점을 찾기 위해 캔버스 표면 위에 Hana Blue 오일 파스텔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이처럼, 김하나는 철저히 자기 참조와 자기 번역을 하는 조현선의 작업 방식에 주목해 자신 역시 참조의 방식을 하나의 태도로 가져간다. 그는 2011년부터 가보지 않은 곳을 그렸던 <빙하(Glacier)>(2011-2020) 소재를 소환해내 현재 머물고 있는 충청남도 태안과 맞닿아 있는 감각의 꼬리를 물어 ‘다시 그리기’를 시도한다. 이는 조현선이 과거 자신의 작업을 원형 삼아 참조하고 발췌하여 새로이 구현하는 방식과 상통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작업에 영향을 받는 김하나의 회화는, 주변에 놓인 자연과 비물질의 감각이 기저에 있으나 매순간 회화의 조각적 지지체에 대한 매체 탐구로 돌아오게 됨을 볼 수 있다. 전시 《PARTICLES: 오렌지와 빙하의 시간》에서 <빙하> 연작의 연장선으로 작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그가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않았던 빙하에 대한 허상의 시간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빙하의 표면과 색감 그리고 해수면, 지형 등 대상이 보유한 성질과 녹는 지점에 대한 시간성을 드러내는 이 연작은, 현재 머물고 있는 태안의 바다를 경험할 수 있는 안개 자욱한 공기와 색채로 유사 감각을 발견한다. 작가는 빙하를 그릴 때 물감을 그대로 부어 형상을 만들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붓 터치보다 오일 파스텔을 짓이기고 뭉개는 입자의 무게와 유사한 물성의 감각에 기댄다. 그럼으로써,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허상에 대한 당시의 감각은 현재의 장소와 어긋난 어떤 틈 사이에 무언가를 새로 인식하려는 대상에 대한 재료적 실험을 전면으로 내세워 조현선과 다른 방식으로 위장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빙하의 파편 덩어리를 연상하게 하는 대각선의 폭이 두꺼운 캔버스 <Time in Taean (Galcier)>(2021)는 표면 위에 흙과 자갈이 두텁게 안착된 된 것 같지만, 끈적한 오일 파스텔로 얇게 올리고, 그 위에 반쯤 굳어 갈라진 붓으로 가볍게 표면을 긁어내어 해수면인지, 갯벌인지, 이와 맞닿아 있는 하늘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처럼, 화면 안에서 대상에 대한 부재의 감각도 강조되는데, 은빛 입자의 모양새들은 캔버스를 축소된 은유적 삶의 시공이라 상정했을 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적 요소들이 파운드 오브젝트(found object)의 위장된 형태로 묶이기도 한다. <Time in Taean (Flag, Red and Green)>, <Time in Taean (Flag, Orange)>(2021)와 <Time in Taean (coastal sand dune Plate)>(2021), <바다와 나비>(2021)는, 갯벌에 버려진 깃발, 사구 지형 플라스틱 번호판, 조화 브로치 등 폐물 위에 오일 파스텔을 두껍게 칠해 기억의 위장된 형태로 분리된다. 서로 연관성 없는 부분들을 병치하여 하나로 엮어 ‘컴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을 실천하는 작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시간의 축 안에 놓인 사물들을 채집하여 오일 파스텔 물성과 충돌을 일으킨다. 즉, 화폭에 물감을 부어 흡수시키는 등 화포와 물감이 하나 되게 만들었던 행위나 캔버스와 주워온 사물 오브제 자체가 재료의 한 덩어리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점은 추상의 이면이기도한 이미지와 사건을 내재하는 지점으로 향하는데 이로써, 그의 회화는 작업과 삶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자 간에 놓여진 간격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회화적 실천을 지지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
    
    조현선이 <Camouflaged Orange>(2015)와 <Mushed, Covered, Crushed>(2011) 회화 작업에서 출발한 전시의 신작들은 끊임없는 자기 참조와 생성의 연작으로 구성된다. “반달 색인(Thumb Index)”이라는 사전적 분류 형식과 발췌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은 모체가 되는 과거 캔버스 작업을 한 권의 사전으로 상정하여 페이지를 넘기듯이, 세분화되고 확장되는 반복과 변주의 조형적 가능성들로 이어진다. 유화 물감과 스프레이로 붓 터치와 색면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작업의 모체는 각각의 요소가 주는 투명도로 인해 이미지가 중첩되어 압축된 기억과 감각의 층위가 한 곳에 증폭되어 있다. 반면에, “다시 반달 색인한” 신작의 종이 작업 <Thumb Index_Mushed, Covered, Crushed_Trophies>(2021) 연작은 압축되었던 레이어들을 한 겹씩 떼어내어 색과 형태, 선과 면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인덱스 기반으로 작업을 분류하고자 했던 작가의 태도는 작업의 원본을 재참조하고, 발췌하고, 편집하여,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제작하면서 선택지를 직관적으로 찾아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두꺼운 종이의 표면 위에 극적인 색면 덩어리를 보여주기 위한 배경과 형상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점차 색면의 경계를 지워 나가는 과정은 ‘하드에지(Hard Edge)’의 면모를 보여준다. 작가가 지워낸 배경 즉, 남아 있는 화면 가장자리의 여백은 한때 색면이었던 형상의 일부분에 해당하여 색면의 일부로서 기능하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축소된 덩어리로 해석된다. 즉, 작업 과정에서 형상과 배경 그 사이에 무엇이 선행되었는지 경계가 모호해지므로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 폐쇄와 개방된 형태 사이에 영역이 분리된 유쾌한 긴장감을 화면 위에 직조한다.
    
    조현선이 색면을 철저히 구축하고 재료가 갖는 성질과 그 입자를 통제하는 방식은 물감의 두께감과 유사하여 교묘하게 회화적인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예컨대, 회화 이후의 추상은 남아있던 환영조차 제거하고자 규칙을 도입하고, 기하학적인 추상 회화를 위해 화면 위에 얇고 평평하게 물감을 발라내어 최대한 납작하게 하였다. 허나, 조현선은 종이 위에 하나의 레이어로 오일 파스텔을 안착시키지만 색이 갖고 있는 입자의 강도와 그리기의 세기에 따라 자국 남기기(staining)와 임파스토(impasto) 기법까지 구현하는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그의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재료가 갖고 있는 물성과 그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색의 입자와 존재가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제목을 통해 암시한다는 점이다. 서로 인접하거나 바탕이 되는 계열 색과 보색 등 색에 대한 공식과 선택 그리고 분류는, 작가의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색의 기본 단위부터 화면 전체를 인식하는 은유적인 감각까지 약어로 정리해 매체와 감각의 본질로 환원된다. 예를 들어, 모양이 두드러지는 알파벳의 연상작용을 통해 ‘B’라 불리기도 하고, ‘Mushed, Covered, Crushed’와 같이 재료의 입자가 작업의 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상태를 ‘반달 색인(Thumb Index)’ 뒤에 명기한다. 이어서 따라오는 형태가 주는 직관적인 제목 ‘Trophies’와 ‘Chocolates’는, 기록의 형식으로 화면을 해석하고 정렬하는 과정에서 제목에서 드러나는 언어로 치환되어 명료하고 유쾌한 의외성을 살펴볼 수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조현선이 색의 기본 단위부터 화면 전체를 인식하는 은유적인 지점까지 분류하고 조직하는 규칙은, 그가 만들어 놓은 규칙 안에서 매체와 감각의 본질로 환원된다. 여기에 확장된 또 하나의 매체는 김하나와 조현선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신체의 움직임과 매개한다는 점이다. 오브제 위에 오일 파스텔로 잘 다져진 표면을 긁어내고 누르는 것과 재료의 강약으로 종이의 가장자리 여백과 명료하게 분리된 경계를 만들기 위해 지우개로 지워나가면서 색면을 떠내는 행위 모두는 신체가 재료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환원되는 신체는 규칙 안에서 끊임없이 변형되어야 하는 위장의 태도를 안고 간다. 이처럼, ‘위장’은 누군가에게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본래의 모습이나 태도를 숨기거나 꾸미는 것으로, 실체가 확고하지 않으면서 우연적이고 유동적이다. 본 전시에서 김하나와 조현선이 대상과 화면을 다루는 방식이 상이하지만 본질적으로 화면 안에 담고자 하는 것은 ‘형식’이라는 매체의 최소 단위인 ‘입자’에 의해 교묘하게 가려진다. 즉, 두 작가는 작업을 보는 이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시각적인 수용으로 가정할 뿐 그 실체를 부분적으로만 인식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부분에 대한 의구심이 화면의 전체와 실체의 부분을 파악할 수 없도록, 화면을 자신의 시간과 태도 안에서 끊임없이 해체하고, 분류하고, 새로운 질감으로 구축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새로 위장된 이 둘의 작업은 누적된 또 다른 색인일 뿐 여전히 김하나의 빙하와 조현선의 오렌지의 모습으로 숨어 있다.
    
    글. 추성아, 독립기획자
    
    (출처 = 갤러리 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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