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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제12회 화가(畵歌) 김현수, 정재원 :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
기간| 2021.06.10 - 2021.07.30
시간| 10:00 - 18:00
장소| 한원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9-12
휴관| 일요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588-5642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현수
정재원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김현수, 기다리는 숲
    2020 (이미지 제공 = (재)한원미술관) 장지에 채색 116.8×91cm

  • 김현수, 무거운 풍경
    2017 (이미지 제공 = (재)한원미술관) 장지에 채색 150×150cm

  • 정재원, Before We Leave
    2021 (이미지 제공 = (재)한원미술관) 장지에 혼합매체 31.8×40.9cm

  • 정재원, ReflectionⅡ
    2021 (이미지 제공 = (재)한원미술관) 장지에 혼합매체 31.8×40.9cm
  • 			전시개요
    
    (재)한원미술관은 한국화의 위상을 제고하고 동시대 미술로서의 숨은 저력을 보여줄 제12회 화가(畵歌)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을 2021년 6월 10일(목)부터 7월 30일(금)까지 개최한다.
    
    화가(畵歌) 전은 지난 2010년부터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젊고 유망한 한국화 작가를 발굴·지원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재)한원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기획전이다. 본 전시는 작품의 성향과 더불어 상투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는가에 중점을 두고, 창작에 대한 고민을 저마다의 색깔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이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정한다.
    
    전시제목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은 자연의 작은 개체들이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루는 ‘울림(鬱林)’과 원초적 생명력과 그 에너지로 마음의 반향을 일으키는 ’울림‘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화가전은 자신의 어릴 적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깊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과 감각들을 일깨우며 거대한 내적 풍경을 시각화하는 작가 김현수, 생태적 관찰을 바탕으로 도심 내 재개발 지역의 현장 일대에서 식물들이 발산하는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도심의 고요한 울림(鬱林)을 담아내는 작가 정재원을 조명하였다.
    
    두 작가는 심리적 요소, 다층적인 경험, 자연에 투영된 사유를 통해 우리 주변의 자연 풍경을 새롭게 조성하는 동시대적인 풍경화를 선보인다. 김현수는 그의 고향이자 어린시절 추억의 연결고리였던 제주의 풍경을 소재로,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하고 현재와 공감하는 감정들을 표출한다. 그에 반해, 정재원은 한 화면에 다른 시간대를 표현하는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 형식을 차용하여 현대사회의 이해관계 틈새에서 피어난 도시생태계를 탐구한다. 작가들에게 있어서 자연은 이상과 현실이 뒤엉켜있고, 경험과 사유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들은 자연의 풍광을 곁에 두고 휴식과 동시에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인간이 만든 인공물들의 잔재와 자연 본연의 이미지가 절묘하게 중첩된 풍경들이 전개된다.
    
    정서적 백신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예술적 체험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와 함께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요즘,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주는 울림을 미술관 안에서 만끽하길 바라며, 식물로 가득한 공간에서 잔잔하고 깊은 녹색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서문
    
    재)한원미술관은 한국화의 위상을 제고하고 동시대 미술로서의 숨은 저력을 보여줄 제12회 화가(畵歌)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을 2021년 6월 10일(목)부터 7월 30일(금)까지 개최한다. 화가(畵歌) 전은 지난 2010년부터 정통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갖춘 젊고 유망한 한국화 작가를 발굴·지원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재)한원미술관의 대표적인 연례 기획전이다. 현대 한국화는 전통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의 대상이나 재료의 선택, 구성방식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되었고, 현대적 조형으로 확장되어 동시대의 다양한 이슈와 담론을 제시해왔다. 매년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 작가들은 갖가지의 주제와 방법론에 대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한국화를 대하는 태도, 회화적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본 전시는 작품의 성향과 더불어 상투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는가에 중점을 두고, 창작에 대한 고민을 저마다의 색깔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이에 부합하는 작가를 선정한다.
    
    근래 우리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종전에 없던 팬데믹(pandemic) 시대에 직면하였다. 코로나19는 의료보건, 공공안보, 경제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큰 위협을 끼쳤으며,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는 코로나 관련 소식으로 인해 우리는 지속적인 두려움과 불안에 노출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개학 연기 등의 사회적 단절 및 고립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는 개인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 두려움, 분노, 외로움, 좌절감, 슬픔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진아·이지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마음건강 돌봄 현황 및 과제」『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복지』 Issue&Focus 375호, 2020. pp.1-8.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불안함, 무기력증을 뜻한다.
     그렇다면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가 된 요즘, 제한된 일상들 속에서 심리적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30분간 숲길 2km를 걷는 것만으로도 경관, 햇빛, 피톤치드 등 다양한 숲의 치유 인자로 인해 스트레스와 관련된 부정적 감정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이정희, 박수진, 유리화, 김재준, 『그린닥터 산림치유』, 국립산림과학원, 2014. p10.
     정서적 백신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예술적 체험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와 함께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제목 《경이로운 울림 Forest of Wonders》은 자연의 작은 개체들이 모여 커다란 군집을 이루는 ‘울림(鬱林)’과 원초적 생명력과 그 에너지로 마음의 반향을 일으키는 ‘울림’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화가전은 자신의 어릴 적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깊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과 감각들을 일깨우며 거대한 내적 풍경을 시각화하는 작가 김현수, 생태적 관찰을 바탕으로 도심 내 재개발 지역의 현장 일대에서 식물들이 발산하는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여 도심의 고요한 울림(鬱林)을 담아내는 작가 정재원을 조명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심리적 요소, 다층적인 경험, 자연에 투영된 사유를 통해 우리 주변의 자연 풍경을 새롭게 조성하는 동시대적인 풍경화를 선보인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 고립과 격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김현수는 그의 고향이자 어린시절 추억의 연결고리였던 제주의 풍경을 소재로,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하고 현재와 공감하는 감정들을 표출한다. 그에 반해, 정재원은 한 화면에 다른 시간대를 표현하는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 형식을 차용하여 현대사회의 이해관계 틈새에서 피어난 도시생태계를 탐구한다. 두 작가는 심리적, 사회적인 상황을 예리한 감각으로 인지하고, 특정 공간에 대한 기억과 같은 심리적인 요소들을 은유적으로 작품에 투영 시켜 관람객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 이들은 회화로서 어떤 대상을 그릴 것인지 보다는 어쩌면 회화를 통해 우리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태도를 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생애 가장 어린 날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가장 오래전 기억으로 되돌아갔을 때 떠오르는 어떤 장면이라든지, 또렷한 사건 같은 것 말이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때 느낀 감정, 생각까지 기억의 조각들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알 수 없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che)〉(1913)에서 마들렌을 먹던 주인공이 마들렌 향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데에서 따와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향기를 맡으면 단순히 그 향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그때 감정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기억은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어떠한 현상이나 경험에 의해 우리에게 다시 상기되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기억을 다시 저장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사실적이고 객관적일 수 없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는 학습하고 경험하는 것에 따라 변질하기도 하며 잊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운 경험이나 정서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제임스 L. 머가(McGaugh, J. L.),『기억과 감정 (memory and emotion)』, 박소현 외 1명 옮김, 시그마 프레스, 2012. p.178.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순수 기억(pure memory)’의 개념을 제시한다. 순수 기억은 어떠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습득하지 않고 상황의 분위기나 영상이 인간의 추억으로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암기에 의한 현재적 행동에서 오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일생에 실존적 사건을 회상하게 해주는 정신적 행동에서 오게 되며 항상 인간의 과거와 연관되어 추억을 남기고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해준다. 김형효,『베르그송의 철학』, 민음사, 1991. pp.37-38.
     우리의 기억은 단지 과거의 상황, 물질에 대한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우리의 경험에서 오는 장소, 시간과 같은 사실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그 당시 경험을 통하여 느꼈던 감정이나 내면의 변화 같은 심리적인 요소까지 기억되는 것이다. 
    
    과거 어린 시절의 개인적 경험,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 등 무의식 속에 있는 잔상들은 김현수의 작품 속에서 중요한 화두로 드러난다. 오랜 타지 생활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고향에 대한 향수는 작가의 예술적 영감이자 작업의 내용과 형식을 구축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그가 제주를 대하는 태도는 정서적인 교감을 넘어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겠다. 감각적 경험들로 가득한 그의 작업은 수많은 단편적 기억의 조합들을 통해 현재의 ‘나’를 인식하고 환유함으로써 심미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 함축된 기호 같기도 하다. 화면에 배치되는 사물들의 형태들은 단순화하거나 변형된 이국적인 제주의 풍광들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본래 재현의 목적보다 머릿속에 떠 있는 기억을 고스란히 구현하려는 작가의 의지이다. 이러한 형상들은 특유의 함축적이고 생략된 표현을 통해 불현듯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화면의 전면에 배치된다.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뾰족하고 짙은 초록빛의 나무들은 제주도에 서식하는 삼나무이다. 그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삼나무 숲은 세모난 도형의 반복된 형태로 질서 정연하게 배열되어 울창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이룬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고정된 장소에서 거리가 먼 풍경이나, 그가 마주친 〈시골길〉(2020)의 모습들은 이동 시점의 변화를 통해 드론(drone)을 띄워 촬영한 듯한 로드뷰 형식으로 주제를 부각한다. 또한 저채도의 초록빛은 기억 속 어딘가에서 스며든 잔상들과 결합되어 제주다움의 녹음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현수는 30여 개의 화면으로 제주의 토종식물을 그린 신작 〈찰나의 영원〉(2021)을 선보인다. 전시장 벽면을 채울 수 있는 캔버스를 퍼즐처럼 분리하여 조합한 형식은 조각난 기억을 맞춰나가듯 어릴 적 ‘나’와 교감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식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변이를 거듭한 작은 생명체들은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미지의 세계를 생성하며 열악한 생존 조건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무심코 지나칠 만한 평범한 도시 숲과 그 안의 인공물에 주목하는 정재원은 집요하고 면밀한 관찰과 사유로 풍경에 내재한 언어와 운율을 읽어내며, 변화무쌍한 도시공간의 내밀한 면면과 그 안에 기생하는 식물들의 향연을 통해 인간과 식물의 유기적 관계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도시공간은 상업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도시의 삶을 형성하는 장소 중 하나인 아파트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의 일상과 더욱 친밀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곳에는 우리의 삶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거니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며 그 공간에 둘러싼 무수한 레이어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는 안전상의 이유로 시급하게 철거되거나 재건축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재개발을 앞둔 현장에서는 더 이상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정재원은 특정 공간을 다양한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관찰하면서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허물어지기 직전의 아파트 현장에서 시간의 기억을 온전히 저장하고 있을법한 풍경들을 기록하고 보존한다. 최근의 작업들은 개포동, 둔촌동 주공아파트 내 재개발 현장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식물들을 포착하여, 생명의 생성과 소멸, 즉 순환에 관한 물음과 고민을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외면 받거나 버려진 장소의 이면을 주시하며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부여하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마침내 고요하고 쓸쓸한 풍경들은 회화가 생성되는 순간 찬란한 풍경으로 전복된다.
    
    정재원은 종이 전면에 여러 차례 미디엄을 덧발라 밑칠을 완성하고, 그 위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대상을 묘사한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종이 고유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드로잉처럼 자유분방한 회화적 감각을 유지한다. 광택이 남겨져 있는 매끄러운 표면 위에 물감이 흘러내릴 듯한 풍경은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채색기법으로 작가만의 조형 언어를 제시한다. 그의 작업에서 대표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된 사각 프레임은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고 시각적 인상을 한 화면에 재현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대상을 프레임에 병치하여 그곳의 인상과 기억을 자유롭게 재구성한다. 수없이 그어지는 선들이 쌓여감에 따라 식물의 형태는 더욱 견고하게 나타난다. 종이 위에 새기듯이 정밀하게 그려내는 과정은 우연히 포착한 식물의 움직임을 빼곡하게 써 내려간 기록의 행위와 닮아있다. 
    
    우리의 삶에 자연을 닮은 조경을 제공하는 것은 삶의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장소를 갖는다는 의미다. 자연을 닮은 조경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경은 건축물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절묘하게 자연물과 인공소재의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생활영역 안에 자연적 요소를 배치한 공간이다. 신작 〈유원(留園)〉(2021)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인공조경을 그린 것으로, 우리가 자연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어쩌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박제된 자연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아파트에서 나서 자란 이른바 ‘아파트 키즈(kids)’들은 이러한 정형화된 조경을 보고 자라며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존재하는 자연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실제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또는 의미만을 부여하는 허상일 수도 있겠다는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작가들에게 있어서 자연은 이상과 현실이 뒤엉켜있고, 경험과 사유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들은 자연의 풍광을 곁에 두고 휴식과 동시에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리와 인간이 만든 인공물들의 잔재와 자연 본연의 이미지가 절묘하게 중첩된 풍경들이 전개된다. 이는 우리의 삶과 연관된 장소를 부각하여 인간, 자연, 예술이 맺는 관계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요즘,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주는 울림을 미술관 안에서 만끽하길 바라며, 식물로 가득한 공간에서 잔잔하고 깊은 녹색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재)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전승용
    
    
    (출처 = (재)한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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