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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김효연 : 감각이상 Abnormal sense
기간| 2021.06.10 - 2021.08.15
시간| 12:00 - 18:00
장소| KT&G상상마당 홍대/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5
휴관| 공휴일 휴관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330-6229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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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감각이상, 感覺異常

김효연

 
 

나의 서툰 할머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외할머니는 히로시마 외곽지역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한의원을 하던 집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리고 열여덟 살이 될 무렵 일본에 징용되어있던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당시 일본 주위 정세는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극도로 불안했다. 1944년 외할아버지는 첫 아이를 임신한 외할머니를 데리고 바다를 건너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가족을 일본에 남겨두고 남편과 부산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던 할머니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이듬해에 ‘히로시마에 큰 폭탄이 떨어졌다’ 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폭탄 한 번으로 도시의 절반이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에 살던 가족과 모든 연락은 끊겼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1973년, 원폭에서 홀로 살아남은 할머니의 작은 오빠는 부산으로 여동생을 찾아왔다. 후에 사람들은 작은 할아버지를 ‘히바쿠샤(Hibakusha/ 피폭자)’라 불렀다. 작은 할아버지는 평생 아이를 갖지 않으셨다. 그리고 내 기억 속의 할머니는 여전히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다.
 
2017년 가을, 뉴스에서는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무기와 방사능,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넘쳐났다. 하지만 다른 전쟁과는 달랐다. 학교와 사회를 거치는 동안 핵무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외엔 원폭 피해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 화면에서는 수 발의 미사일들이 쉴 새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과정이 없는 잔인한 결과였다. 나의 개인적 경험은 전쟁 그 자체보다 과정에 속한 사람들과 사건의 종결 후, 현재 상황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그들은 전쟁-식민지, 징용-이주의 큰 굴레에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부분 타의로 생겨난 사람들이었다. 그 간의 작업에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75여 년 전 바다를 건너 하루에 벌어진 사건은 지금에도, 먼 미래의 아이들에게도 불특정하게 대를 이어 불편하고 유효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한다는 사실이었다.
 
<감각이상> 작업은 한 가족의 역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폭 피해자가 많은 나라이다.
이제 아흔 살 가까이 된 1세대 원폭 피해자 백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옆에는 자료관이 있다. 그곳에서도 출입이 제한된 수장고에는 5,001명의 원폭 피해자 신상 자료 원본이 보관되어 있다. 어쩌면 또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그 대량의 낡은 자료들을 처음으로 마주한 2018년 초봄, 나는 한 인간으로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무기력감을 경험했다.
1945년 원자폭탄 투하 당시 히로시마엔 약 10만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했다. 지금까지 피폭사로 잠정 집계된 한국인만 4만 9천 명이 넘는다. 그들은 대부분 징용되었거나 돈을 더 벌 요량에 히로시마로 떠난 이웃 사람들이었다. 당시 징용은 지역별로 이루어졌는데 히로시마로 온 한국 사람들의 80%정도가 경남지역, 특히 ‘합천’ 에서 왔다. 전쟁이 종결된 후 살아남은 한국인들 중 천여 명을 제외한 약 만 천여 명 정도가 귀향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들-피폭자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점은 원폭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것이었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원폭 2세들의 장애나 갑작스러운 질병 발생률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감각이상>에 등장하는 다운증후군의 여성은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 촬영을 허락한 원폭 피해자 2세였다. 그녀와의 작업을 통해 작품에서 유지해오던 관점이 ‘개인과 증명’ 에서 ‘가족과 변화’로 뚜렷이 옮겨가게 되었고, 그들을 살피고 앞으로의 삶을 보듬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합천의 또 다른 이름은 ‘제 2의 히로시마’ 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불안과 축복을 기저로 한 아이들이 매년 태어나고 있다.
 
‘외할머니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히로시마로 여행을 가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와 나의 기억 속에는 종종 부엌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일본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녀가 있다.’
 
*감각이상(Abnormal sense)은 사전적 의학용어로 내부 감각 등의 감각영역의 이상 경험 혹은 경험의 결핍, 자극에 의해 생긴 감각수용기의 흥분이 구심성 신경을 통하여 대뇌피질 감각 영역에 전달되어 의식된 경험의 감각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감각 모두를 이른다. 아픈 역사를 바라봄에서 소외되었던 그들의 상황과 내가 그들을 만나 겪었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출처=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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