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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한재석 <피드백커 : 모호한 경계자>
기간| 2021.06.17 - 2021.07.10
시간| 10:00 - 18:00
장소| OCI 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휴관| 일, 월, 공휴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734-0440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한재석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Constellate
    2021 (출처= OCI미술관) second-hand speakers, metal rods, and electric components dimensions variable

  • Derived from~
    2021 (출처= OCI미술관) printed on paper dimensions variable

  • Encounter
    2021 (출처= OCI미술관) monitor, camera, wall mount dimensions variable

  • LIVE feedback
    2021 (출처= OCI미술관) smartphone, projector, computer dimensions variable
  • 			먹으니 졸려
    자고 나니 배고파
    
     
    인생은 이미 피드백이다. 허리춤을 비집고 덜렁이는 든든한 뱃살을 쓰다듬으며 병든 닭처럼 졸다, 꿈속에서 고민한다. ‘잠과 밥, 어느 쪽이 시작인가?’, ‘배가 커서 많이 먹나, 많이 먹어 배가 큰가?’, ‘참, 닭과 달걀은 어느 게 먼저지?’
     
    결과가 원인이 되고, 원인은 다시 결과를 낳고, 되풀이 속에 시작과 경계는 모호해진다. 한재석은 다양한 전자기기를 활용해 피드백의 굴레로 관객을 이끈다. 스피커의 검고 둥근 진동판이 울릴 때마다, 복판에 꽂힌 구릿빛 금속 막대가 덩달아 춤춘다. 막대의 다른 끝은, 천장에서 드리운 또 다른 막대와 닿을 듯 말 듯 마주한다. 제멋대로 너울거리다 끝이 서로 닿는 찰나, 불꽃이 튀며 막대를 타고 전류가 흐른다. 진동판이 울리고, 잇닿았던 막대는 다시 벌어진다. 전류가 끊기고 스피커는 멈춘다. 잦아드는 진동에 기회를 엿보던 막대는, 옷깃의 일렁임, 발걸음의 진동, 두런두런 말소리의 울림을 타고 내내 새로운 박자로 재회한다. ‘막대와 스피커’, ‘닭과 달걀’은 기실 둘만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영기(OCI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무한대로 열려있는 복잡계의 시각화
    
     
    
     
    
    2020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던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뉴미디어 작품 《라이브 피드백 Ⅱ(Live Feedback Ⅱ)》(2020)에서 한재석은 매크로 프로그램과 인스타그램 라이브 기능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에 노출된 인스타그램의 정보가 그것을 찍은 또 하나의 스마트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방송되고, 또다시 인스타그램 창에 게시되어 라이브를 통해 재송출되는 피드백의 무한반복 과정을 시각화했다. 스마트폰 안의 창은 정보의 끝없는 수신과 발신에 의해서 연속적으로 중첩되면서 흡사 만화경처럼 펼쳐지고, 포화상태의 임계점에 이르면 프로그램에 의해 다시 초기화되면서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 피드백 시스템은 점진적으로 가속화되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므로 특정한 회로 안에서 영속적으로 순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실상 관람자의 참여나 와이파이의 끊김과 같은 돌발 요인이 개입될 수 있기에 그 결말은 언제나 열려있다.
    
     
    OCI 미술관에서의 이번 개인전에서 한재석은 스마트폰의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하는 《라이브 피드백(Live Feedback)》 연작에 이어서, 두 대의 AI 스피커들 간의 상호 피드백을 근간으로 삼는 신작 《모호한 경계자(Ambiguous Borderer)》(2021)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메모장에 근간하여 AI 스피커가 음성으로 알려주는 일정이 또 한 대의 AI 스피커에 수신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이 또 다시 다른 AI에게 송출됨으로써 흡사 두 대의 기계가 쌍방향 대화를 하는 듯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시간과 날씨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속 ‘시리’의 목소리가 누구보다 친근해진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반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의 보다 중요한 측면은 기계적 시스템이 예측하지 못하는 오류에 대한 피드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국면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AI의 최초 발화 내용은 미리 입력된 정보에 근간하여 구동되는 프로그래밍의 일부임에 분명하지만, 또 한 대의 AI에 의한 피드백이 첨가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한다. 작품에서 이루어지는 AI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사전 입력된 동일한 내용이 무한 루핑되는 것 같지만 실상 미묘한 오차로 인해 계속 변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치화된 정보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디지털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변수를 만들지 않는 닫힌 구조이지만, 기계적 논리가 0과 1의 수치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공간을 읽어내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독에 의해서 엉뚱한 결과를 파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AI들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피드백이 오히려 기계적 논리에서 벗어나는 부조리한 대화처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오차 때문이다.
    
     
    
    한재석의 작업은 이처럼 현실을 완벽하게 시뮬레이팅하지는 못하는 기계의 한계와 결점을 수용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다. 그의 신작 《-로부터(Derived from)》(2021)는 종이 위에 남겨진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는 드로잉 연작이다. 하나의 점은 스캐너의 복사과정을 연속으로 거쳐서 변형에 변형을 거듭하면서, 선으로 면으로 증식된다. 이미지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조도의 변화 등 돌발 요인들로 인해 생긴 변수는 반복전사 과정을 통해 점점 더 큰 오차를 만들어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돌발적 우연이 작용하여 만들어진 형태들 역시 원본과 유사한 패턴을 간직한 변이물들이라는 점이다. 흡사 세포증식과정처럼 보이는 이 드로잉 연작들은 인간과 기계 간의 피드백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다.
    
     
    한재석이 이처럼 디지털 매커니즘의 오류까지도 수용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고안함으로써 포착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를 모두 관통하는 축이 아닐까 한다. 스스로를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 사이에 끼어있는 세대라고 설명하는 그의 작업실에는 첨단 기기뿐 아니라 옛날 전파상에서 볼 법한 중고 기계들이 잔뜩 놓여있다. 잘 작동되지 않는 기계들을 가지고 씨름하던 그에게 오래된 기계를 다루는 것에 어려움이 없을지 물었더니, 그는 오히려 이런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유통기한이 다해 버려질 수 있는 기계들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과도 같은 작업 과정을 통해서, 그는 어떤 ‘연결(connection)’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재석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올드미디어이건 뉴미디어이건 간에 미디어가 무엇인가를 ‘매개’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연결을 통해서 미디어를 통해 매개되는 어떤 실재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내일의 예술》(2021)에서도 전시된 바 있었던 한재석의 《기라성(Constellations)》(2021)은 수십 개의 중고 스피커들을 이용한 설치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스피커들에 달린 금속봉의 전극들이 진동에 의해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도록 함으로써 스파크가 명멸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음양의 전극끼리 이어지는 순간에 발생하는 빛과 소음은 전시공간을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장소로 변화시킨다. 두 개의 전극, 수신과 발신 사이에 끼어드는 무수한 변수들은 사건의 다양한 양태를 만들어낸다. 어디에서 섬광이 켜질지, 어디에서 소리가 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시장을 배회하는 관람자들은 어둠 속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는 잠재적 에너지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잠재되었던 에너지가 전하의 이동에 의해서 폭발하듯 무작위하게, 그러면서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빛과 소리는 무한하게 변동가능한 세계 자체를 순간적으로 현시한다. 그것은 예측불허의 비선형적 변이와 무작위성에도 불구하고 면면하게 작동하는 인과율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이다.
     
    
    무엇보다 《기라성(Constellations)》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순간적인 전류가 만들어내는 스파크와 소음이 마치 은하계의 별빛이나 숲 속에서 듣는 빗소리와 유사하여 흡사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광대한 자연계의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물리법칙이 외부와 단절된 인공적인 전시공간 속 전자 미디어를 통해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업에서의 전자적인 신호들의 수신과 발신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화이트노이즈가 되어, 명상과도 같은 상태로 관람자를 인도한다. 이러한 효과는 전극들의 만남이 발생시키는 섬광이나 소리가 자연계의 주파수와도 같이 보이지 않는 파동과 같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재석은 재현이 아닌 전자 미디어를 통해 출력되는 신호와도 같은 효과를 통해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보다 추상화된 실체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재석이 미디어를 통해서 매개하고 있는 것은 무형으로 존재하면서 이 세계의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나 파장과도 같은 어떤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흐름은 우연조차 필연적 결말을 향한 동력이 되도록 만드는 불가해한 질서를 상정한다. 그 흐름 안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기계적 매커니즘 역시 자연계 역학의 일부로 수용된다. 그 흐름을 체감하게 만드는 한재석의 작업이 내게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은, 초연결 시대의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되는 생태계 역시도 무한을 향해 열려있는 복잡계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이은주 (독립기획자, 미술사가)
    
    
    (출처=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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