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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푸른 유리구슬 소리 :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기간| 2021.07.08 - 2021.09.05
시간| 10:00 - 18:00
장소| 서울대학교미술관/서울
주소|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56-1
휴관| 월요일, 개교기념일(10월15일), 1월 1일, 구정 당일, 추석 당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2-880-9504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구은정
김신혜
김유정
나점수
강주리
송수영
안종현
임노식
이소요
지알원
한성필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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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우리가 진정으로 애도해야 하는 것

큰 틀에서 코비드19 바이러스로 인한 현 팬데믹 사태는 두 가지의 문제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진실에 관한 것이고, 그에 따른 지속적인 기회의 소멸에 관한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진실에 대해서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발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건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처리되고 기억되는 방식들, 곧 망각, 무시, 은폐 및 공식적인 오차 등을 접하면서 큰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국가와 기관, 사람들의 행태도 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의 문제, 곧 지속적인 기회의 소멸의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의도된 망각, 곧 점령되고 기획된 기억의 직접적인 산물입니다. 점령된 기억은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점에서 위험 자체보다 더 위험합니다. “체르노빌을 잊으면, 기술과 환경 재해의 위험이 미래를 집어삼킬 것이기에, 더 이상 망각이라는 사치를 누릴 겨를조차 없다.” 2000년 제7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던 코피 아난(Kofi Annan) 조차 지적했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과거가 되풀이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2021년 일본 정부는 세계 원자력 기구(IAEA)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근거들과 함께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이 미래를 조금도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무모한 확신이 G7 국가들을 비롯한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을 또다시 망각의 구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아마도 역사에 편입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진실을 다루지 않는 역사, 점령당한 기억으로 쓴
역사는 역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합니다만,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전을 기획하지 않을 수 없었던 문제의식이 이러합니다.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애도의 대상은 더이상 새가 울지 않는 숲과 물고기가 사라진 강과 귀뚜라미 소리가 끊긴 가을과 미세먼지로 사라진 파란 하늘입니다. 그것들이야말로
부단히 진실에 등 돌리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회로부터 멀어지는 이 시대의 자화상일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전이 지지하는 가치는 조금도 모호하지 않습니다. 기꺼이 진실에 편에 서고자 하는 것, 그리고 진실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마땅한 다짐입니다. 그들 가운데 예술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 미술관이 존재해야 하는 가장 우선하는 이유일 테니까요.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미술사학 박사


전시내용

전염병은 우리가 익숙하고 소중한 가치라고 여겨졌던 것들과 완전히 대척되는 지점에서 우리의 삶과 철학, 가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글로벌과 교류, 개방 등 세계와 타인을 향해 열려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시대정신이면서 발전의 모습이었다면,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은 우리가 근 100여 년 동안 추구해 온 가치를 무참히 전복시켰습니다. 경계와 폐쇄가 자신과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되었으며, 새로움을 추구하고 반기를 드는 것은 타인을 공포와 위험 속에 몰아넣는 불온한 생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한순간 변해버린 시대의 정신은 인간 중심주의로 인한 환경파괴가 가져온 현상입니다. 이 당면한 낯선 세계에서 미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시급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위기에 도전하고 신음하며 극복하고 좌절하는 것이 역사의 과정이라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단연 환경 오염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단지 0.5°C 오르는 것만으로도 식량부족 문제를 초래하고, 사회불안, 전쟁, 인류 생존의 문제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 간 수출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이성은 쉽게 마비된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마스크 파동에서 배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 오염은 관망하고 관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지금 가장 당면한, 그리고 시급한 생존의 문제입니다. 눈에 띄게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행동하라고 말합니다. 이제껏 우리를 끌고 온 지배이념을 벗어버리고,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수많은 이론가, 환경전문가, 사회학자들은 인간주의적 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방식과 범위가 다를지언정, 인간만이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 지구상 모두가 공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거대하여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사회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하였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인간 중심적 시각을 완전히 반대로 바라보게 하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만이 인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일지 모릅니다.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생태적 위기에 대해 발언해왔습니다. 때로는 인간의 잔인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땅의 기운과 자연의 위대함을 드러내기도 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주장하기도 하고, 자본이 결탁된 자연 환경에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들이 던진 메시지들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될 마지막 보루 앞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의 제목에 쓰인 ‘푸른 유리구슬’은 달로 향하던 아폴로 17호 승무원이 사진으로 찍은 맑고 투명하고 눈부신 지구의 모습입니다. 이제는 이 푸른 유리구슬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의 깊은 울림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과 행동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서울대학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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