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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프로젝트 이인전
기간| 2020.05.20 - 2020.05.30
시간| 12:00 - 19:00
장소| SPACE55(스페이스오오)/서울
주소| 서울 은평구 신사동 36-30
휴관| 월요일
관람료| 무료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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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 <프로젝트 이인전> 전시 자료 중 일부


  • <프로젝트 이인전> 전시 자료 중 일부


  • <프로젝트 이인전> 전시 자료 중 일부


  • <프로젝트 이인전> 전시 자료 중 일부

  • 			IS THE CAT OUT OF THE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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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방식들은 현대 또는 최근에 일어난 여러 현상들에 적용될 경우에는 난처한 과녁이 되어 버린다. 그 방식들이 고백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언어를 여러 종류의 개인 언어(idiolect)로 분열시켜 성충화되게 하였고, 또 그 개인 언어들은 폐쇄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고립된 섬들로, 
    
    잡다한 시간성(과거의 유물이나 앎으로의 탈출)을 살아가고 
    
    또 알려지지 않은 기괴한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이다.”
    
    - 줄리아 크리스테바, <시적 언어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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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를 통해 ‘세계는 사물이 아닌 사실의 주체’이며 ‘언어가 세계를 그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디폴트가 되어 버린 현대 사회의 개인은 대면이 아닌 온라인 안에서 익명으로 숨어버릴 수 있다. 다면화되고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인식주체와 존재의 허(虛)와 실(實)에 대한 구분이 어려워진 현대사회에서 언어는 세계의 정의를 실체에서 허상으로까지 연장시킨다. 익명이 된 개인이 검열 없이 자유롭게 언어를 내뱉고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확장된 언어가 그리는 세계를, 우리는 실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지적했듯이, 익명성에 숨은 개인들의 언어는 폐쇄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고립된 섬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쓴 채,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지 않고 뱉어버리는 악플들이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언어들이 온라인 공간에는 쉴 새 없이 전시된다. 그러나 시리아의 봄이나 홍콩 우산혁명과 같은 경우에, 네트워크 안의 익명성은 자유와 독립을 부르짖게 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개인의 스스로의 방언 찾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발달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에 부딪힌다. 개인의 통제를 원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익명성 안에 숨은 개인의 신상정보를 꾸준히 추적한다. 국가는 분절된 언어를 통합하고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언어를 통제하고 그 안에서 권력을 취득하기를 원한다. 
    
      김예지, LENA의 프로젝트 이인전 <IS THE CAT OUT OF THE BAG?>은 익명성(匿名性)에 숨은 언어의 허(虛)와 실(實), 실(失)과 득(得)에 대해 탐구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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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ldren Shouldn't Play with Dead Thing", "Already Seen" 등을 통해 유년시절의 환상과 기억, 공상과학 소설들에 관한 추억을 컬러풀하고 재기발랄하게 보여주었던 김예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흑백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김예지의 드로잉에서 공룡이라는 존재는 아이들의 세계와 연결된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공룡들은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와 즐거운 놀잇감으로 치환된다.
    
      볼풀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에게는 공 안에 들어간 공룡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온 주인공들이 이름 붙여줄 대상, 이름을 외워야 할 대상,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공룡이 살았을 때의 실제 이름을 현대인은 알 수 없으며, 그 이름은 현대에 와서 의미가 없다. 공룡들은 현대인들에 의해 학명(學名)을 부여받는다. 아이들에게 공룡의 긴 이름과 존재는 놀이와 도전의 대상이다. 공룡은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길고 긴 공룡의 학명들을 외우며 볼풀에서 즐겁게 뛰어 놀고 친구들과 피자와 콜라를 나누어 먹으며 공룡의 이름을 외우는 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언어를 외우며 외연(外延)을 확장시킨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공룡은 학명과 함께 아이들만의 언어로 다양한 별명을 가지게 된다. 존재했을 당시 인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공룡은 존재를 잃고 이름을 얻음으로서 유년기의 친구로 위상을 달리한다. 
    
      흑과 백의 세계에서 피자와 콜라, 볼풀의 공들은 아이들에게는 똑같이 이름이 없는 대상, 알아야 할 대상이 되었다가 아이들이 그 이름을 하나씩 배우며 성장할 때마다 아이들의 외연적 세계를 확장시키며, 아이들의 인식을 넓히는 기능을 한다. 한계가 없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공룡이라는 존재에 대해 공포보다는 호기심을, 기피보다는 만지려는 충동을 갖는다. 권력에 대한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 '한스는 명명할 수 없는 것에 겁먹는다'는 말에 반박하며, 김예지의 드로잉은 명명(命名)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피상적인 세계가 갖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심각해지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직관은 관찰자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세계가 넓어지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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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NA의 작업은 야나부 아키라가 언급한 카세트 효과(effect cassette)와 대상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익명성을 통해 탐구한다. 작가는 COVID-19 이후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댓글을 수집하고 배우들을 섭외하여 혐오댓글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후 그들에게 그 느낌을 묻는다. 녹음된 테이프와 음성은 다시 손으로 옮겨 적어간 글씨 위에 오브제로 덧입혀진다.
    
      이 과정을 수행하며 LENA는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혐오와 타자에 대한 배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작가는 안전을 위해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대상을 상정하고, 내가 속한 집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타자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차별의 구조가 반복되는 과정을 수집한 자료들과 녹음된 음성, 연출된 시각적 자료들로 재구성한다. 
    
      익명의 세계 안에서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타인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말들을 쏟아내는 구조와 가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상황적 역설들을 시각화함으로써 LENA는 익명성이 가진 두 얼굴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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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at out of the back’은 영어표현으로 ‘비밀이 누설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어떤 언어가, 어떤 비밀이, 어떤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는가. 정답은 없다. ‘비밀’이라는 은유적 의미를 가진 고양이가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양이가 가방에서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는 우리가 그리는 세계에 따라 달라진다. 혼란과 물음이 뒤섞인 현실과 언어, 그 안에 이름을 숨긴 존재들에 대한 탐구가. <IS THE CAT OUT OF THE BAG?>이 추구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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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_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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