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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고현주 : 기억의 목소리
기간| 2021.08.07 - 2021.09.25
시간| 10:30 - 18:00
장소| 서학동사진관/전북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189-20
휴관| 월,화요일
관람료| 무료
전화번호| 063-905-2366
사이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작가|
고현주
정보수정요청

전시정보



  •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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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현주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 _ 사물에 스민 제주 4.3 이야기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다. 동백이 진다. 제주의 봄은 붉은 꽃덩어리가 통꽃으로 장렬하게 떨어져 땅에서도 핀 채로 충분히 아름답다. 제주의 봄은 피어나는 꽃보다 지는 꽃에 눈이 먼저 가는 계절이다. 떨어진 동백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4. 3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 차마 밟지 못한다.
    
    암이 왔다. 공교롭게도 <기억의 목소리> 작업은 항암과 함께 진행되었다.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새겼던 질문. '난 왜 이 작업을 하고 있나? 이 너덜거리는 육신을 이끌고, 난 지금 누구를 부여잡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 하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들으려 하는가? 4. 3은 그렇게 동백이 질 무렵, 내 육신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나에게로 왔다.
    
    작업 나가기 전에 내가 밟고 다니는 제주 땅 처처에 누군가의 억울한 영혼이 묻혀 있는 것 같아서 빌고 또 빌었다. 땅을 밟고 걸을 때도, 나무를 만질 때도, 바다를 바라볼 때도, 곶자왈에 들어설 때도, 땅에 떨어져 있는 돌들을 볼 때도, 동백이 지고 벚꽃이 피어날 때도 그 풍 경 속에 갇힌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면 알수록 두려웠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들어가면 갈수록 처참하고 슬펐다. 그래서 더 숨막히게 아름다웠다. 너무나 모순되는 이 감정들이 난 아직도 낯설다.
    
    제주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성산일출봉, 함덕해수욕장, 섯알오름, 다랑쉬오름, 정방폭포, 표선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아름다운 공간들이 4.3 당시 집단 학살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은 어쩌면 4. 3 영령들의 피의 대가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에 너무 많은 빚을 졌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억의 목소리> 작업은 그렇게 무거은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4년째, 4. 3 관련 작업을 하면서 많은 유족과 희생자분들을 만난다. 70년 넘는 시간, '상처'와 '회복'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균열의 틈새 를 비집고 들어간다. 아득한 시간은 먼지가 쌓여 매캐하고, 비밀스러운 것들로 가득하다. 4. 3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는 듣기에도 버겁고 가슴에 쌓아두기엔 더더구나 아프다.
    
    더 이상 이름 불리지 않는 것들, 끝내 쓸모없어진 것들, 그리하여 하루하루 닳고 닳아 조금씩 사그라지는 것들은 '가족의 유품'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70여 년간 피붙이처럼 남겨진 물건들이다. 이런 사소한 물건 하나를 꺼내봄으로써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아버지를, 어머니를, 형님을, 누이를, 동생을 소환해내어 조우한다. 70년 넘게 이 사물과 함께한 시간은 그렇게 스스로 상처를 걷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혼자 세월의 흔적을 더께로 입고 남겨진 사물들은 4.3의 참혹한 현장 안에 있었다. 낱장의 사진은 그래서 알 수 없는 '아우라aura'를 당당히 뿜어내고 있다. 그 아우라는 처참하고 아픈 역사의 시간을 뚫고 나온 힘이다. 만지면 바스러질 듯한 고무신, 할머니의 곱디고은 물빛저고리, 푸르렀던 시절의 아버지 초상화, 관에서 처음 만난 어머니의 은반지, 푸른 녹이 콕콕 박힌 부러진 숟가락, 두피의 각질이 화석처럼 굳은 채 남아 있는 등 굽은 빗.
    
    바스러져가는 사물을 통해 다시 삶을 이야기한다. 까마득한 시간의 증거, 흔적의 더께를 더 자세히, 더 오래, 더 깊이, 더 느리게 바라본다. 1948년에서 오늘까지, 그사이 벌어진 시간의 균열. 그 가느다란 틈새에서 희미한 빛이 쏟아진다.
    
    섬광 속에 '반짝 하고 빛나는 그 무엇, 오래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물의 영혼들. 비로소 부재 속의 존재들을 만난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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